그 너머에 있는 세계를 우리는 보통 작가의 ‘예술 세계’나 ‘작업 세계’라고 부른다. 난해한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환상은 어쩌면 이 ‘세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으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예술가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심오하고 고유한, 이질적인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게 되면 예술은 우리의 삶으로부터 멀어진다. 회화는 특별한 예술세계로부터 오기보다는 우리 삶으로부터 선택된 순간들의 감각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갤러리 기체(KICHE)에서 진행 중인 김하나 작가의 개인전
이 감각들의 세계는 불확정적이다. 그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세계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빙하, 포도, 천장, 실크이불 등과 같은 여러 대상과 공간으로부터 받은 시각적 경험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애초에 화면에 정확하게 고정될 수도 없으며 그저 전시 제목에서 보듯 ‘기념품’처럼 감각의 기억들을 환기시켜줄 뿐이다. 관객은 타인의 기념품들을 볼 때처럼 회화를 통해 작가와 유사한 어떤 감각들을 공유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감각들을 완전히 낯설어 할 수도 있다.
이 익숙하거나 낯선 감각들은 단순히 그림 표면의 감상으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다. 기념품과 같은 회화가 반영하는 것은 예술가 내면에 있는 어떤 특별한 세계가 아니라 그 세계를 만든 대상 혹은 공간의 감각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처럼 작품의 감상과 이해는 예술세계를 찾아내려는 시도보다는 작품을 통해 그 감각들에 다가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채영(공간시은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