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며
판문점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며
  • 유길종
  • 승인 2018.04.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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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울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 부었다. 트럼프의 험한 말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시설에 대해 제한적 타격을 가한다는 코피 작전이 구상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다 정말 전쟁이 날 수 있겠다 싶었다.

 지난 27일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우려를 한 방에 일소한 역사적 사건이다. 판문점에서의 하나하나의 장면 모두 감동적이었다. 연출이라고 하더라도 수준이 높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이제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선사했다. 대통령이 바뀌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최악이었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속적 노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한 달여 뒤엔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것이 나라냐면서 수치심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잔인하고 무모한 독재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든 것부터 파격이었다.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솔직한 모습은 신뢰를 높였고, 비핵화 의지를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통 큰 리더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김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선 것이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서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30분간 수행원 없는 단둘만의 ‘도보다리 대화’ 모습이 온 세계에 중계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화룡점정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하여 잔인한 독재자, 미치광이 로켓맨에서 개방적이고 솔직한 정상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여러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 제일 큰 관심사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였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북미관계의 개선은 난망하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정착 역시 난망하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북측이 취하고 있는 조치가 비핵화를 위해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라는 말을 아예 금기시하던 것이 먼 옛날의 일이 아님을 생각한다면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비핵화를 명시한 것 자체로 큰 성공이다. 이번에는 한 달여 뒤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비핵화의 방식과 대상, 시한 등 구체적으로 합의되길 기대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온 국민들의 소망이다. 다시는 전쟁을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애쓴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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