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우려를 한 방에 일소한 역사적 사건이다. 판문점에서의 하나하나의 장면 모두 감동적이었다. 연출이라고 하더라도 수준이 높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이제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선사했다. 대통령이 바뀌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최악이었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속적 노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한 달여 뒤엔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것이 나라냐면서 수치심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잔인하고 무모한 독재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든 것부터 파격이었다.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솔직한 모습은 신뢰를 높였고, 비핵화 의지를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통 큰 리더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김 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선 것이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서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30분간 수행원 없는 단둘만의 ‘도보다리 대화’ 모습이 온 세계에 중계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화룡점정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하여 잔인한 독재자, 미치광이 로켓맨에서 개방적이고 솔직한 정상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여러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중 제일 큰 관심사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였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북미관계의 개선은 난망하고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정착 역시 난망하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북측이 취하고 있는 조치가 비핵화를 위해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라는 말을 아예 금기시하던 것이 먼 옛날의 일이 아님을 생각한다면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비핵화를 명시한 것 자체로 큰 성공이다. 이번에는 한 달여 뒤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비핵화의 방식과 대상, 시한 등 구체적으로 합의되길 기대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온 국민들의 소망이다. 다시는 전쟁을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애쓴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