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북정상회담 앞둔 완주 이서 실향민마을
[르포] 남북정상회담 앞둔 완주 이서 실향민마을
  • 장정철 기자
  • 승인 2018.04.2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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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6일 완주군 정농1리 경로당에 모인 새터민들이 점심을 먹으며 들뜬 듯 밝은 표정으로 정상회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얼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완주군 이서면 정농1마을 경로당.

이 곳은 대다수가 80대인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이서정착농원으로 대부분 황해도 출신으로 그중에서도 송화군 출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 어릴적 배를 타고 남한 땅을 밟은 실향민 1.5세대들로, 마을 전체 200여세대 가운데 80%가 실향민 가구로 알려졌다.

현재 약 25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50년대 당시 옹진군, 장산곳, 황해도 지역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많다.

이날 경로당에서 만난 실향민들은 27일 있을 역사적인 남북정상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 불안감이 만면에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 1951년 1.4후퇴를 시작으로 그해, 1952년, 1953년 사이 수백 여 차례로 나눠 황해도 인근 항구에서 목선이나 어선, 뗏목 등을 나눠타고 군산항으로 들어왔다.

이후 군산과 당시 전주 조촌면 등을 거쳐 일부는 부산과 전주, 서울 등까지 흩어져 지내다 완주군 이서 농원에 정착한 실향민들이다.

무려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회담 소식에 실향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고 연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학교 2학년을 황해도 송화군 풍해면에서 다니다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한영숙(84)씨는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한과 북한이 앞으로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5남매중 맏이인 그는 형제, 자매들과 함께 큰 배를 타고 황해도 섬에서 내려온 후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다시 이 곳으로 정착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14살때 사촌에, 7촌, 8촌까지 대가족이 함께 내려왔다는 오경옥(82)씨.

그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시에 유일하게 함께 오지 못한 외할머니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백군내(79)씨는 “평화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는 남한이나 북한사람들이 전쟁걱정 없이 편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80대의 한 할아버지는 “북한의 독재가 워낙 심해 걱정이 크고,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는만큼 제대로 이뤄질 지 잠이 오질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60여년 전 생이별을 한 가족 생사가 끊겨 너무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들 실향민들은 매일 점심때 경로당에 모며 직접 기른 채소와 곡식 등으로 북한식, 황해도식 식탁을 차려 나눠 먹으며 두고온 고향의 못다한 정을 나누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앞 MDL 선 위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만남의 순간은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타전될 전망이다.

 장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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