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걷다.
꽃길을 걷다.
  • 박성욱
  • 승인 2018.04.2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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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가보고 싶었던 길

 2017년 가을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사는 동네를 직접 걸어서 찾아갔다. 걷다가 무지 마을 가장 높은 언덕에 넓은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갔었다. 원항가 마을을 돌아 서쪽 모퉁이에 있는 예사랑 공예작가님을 만났었다. 커다란 밤나무 아래서 긴 장대를 휘두르며 밤을 따던 할머니도 만났었다.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참 많다. 그중에 원항가 마을 북쪽 야산 등성이를 따라 매실 나무, 복숭아 나무 과수원 길이 참 인상 깊었다.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아이들과 꼭 다시 오리라고 다짐했었다.

 

 꽃길을 걷다.

 새하얀 목련꽃 매화 ♣꽃, 봄빛을 조금 더 받아 아주 조금 분홍색이 감도는 벚꽃이 피었다 지면 연분홍빛 복사꽃이 핀다. 올해도 사람들은 벚꽃놀이를 즐기려고 전주 동물원로 송광사 입구로 구이저수지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나는 벚꽃길 보다는 작년에 걸었던 과수원 길이 자꾸 떠올랐다. 언제 쯤 필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서 연분홍빛 복사꽃이 보였다. 봄바람을 타고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과수원에 도착했다. “우와!” 아이들은 누구할 것 없이 감탄을 쏟아낸다.

 

 꽃따는 할머니

 과수원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작은 사다리를 디디고 복사 꽃을 따고 계셨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꽃 구경 왔구나?”

“할머니도 저희 같은 손주가 있으시죠?”

“아니 아직 없단다. 결혼한 아들이 있는데 아직 애기가 없어. 아이를 가지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오랫동안 애기가 없어. 지들끼리 잘 살아도 좋지.”

“아 그렇구나! 할머니 그런데 왜 꽃을 따요”

“꽃을 안 따주면 나중에 열매가 너무 많이 열려서 가지가 찢어지고 열매도 작단다.”

“할머니 우리 함께 사진 찍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꽃 따기를 멈추시고 사다리에서 내려오셨다. 아이들과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칠월 15일 쯤 복숭아 익을 때 또 놀러 오렴.”

 “네.”

 

 현미경으로 복사꽃 관찰하기

아이들이 바닥에 떨어진 복사꽃을 한 움큼씩 주워왔다. 복사꽃은 충매화 중에서 잘 갖춰진 꽃으로 관찰하기에 좋다. 그런데 주로 책으로 공부하고 외워서 시험을 봤다. 다섯 장 꽃잎을 조심히 떼어내고 꽃받침 절반을 잡고 조심히 아래쪽으로 제껴 내렸다. 씨방이 잘 보인다. 아이들은 실체 현미경으로 꽃잎, 암술, 수술, 씨방, 꽃받침을 관찰했다.

 “우와 엄청 신기하다. 엄청 크게 보인다. 노란 꽃 밥도 보여!”

 맨눈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크게 잘 보이니 아이들은 신기한가 보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복숭아 과수원에서 찍은 사진들은 정리했다. 아이들 웃음이 복사꽃과 잘 어울린다.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답다. 과수원 할머니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손주를 기다리는 애달픈 마음이며 예쁜 꽃도 따 주어야 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너무 많은 열매는 가지를 찢어지게 한다는 말씀은 삶의 지혜로 느껴졌다. 좋은 것들 예쁜 것들 다 가지려고 세상이 시끄럽다. 아이들도 부모님이 좋다는 것 다 시키는 통에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려면 여러 가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때로는 단순화 시켜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깔이 있고 소중한 열매가 있다. 너무 많이 가지려하지 말고 소박하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를 잘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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