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넘어 문화적 책임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넘어 문화적 책임 필요하다
  • 장걸
  • 승인 2018.04.2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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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수익창출이 주목적이었던 기업경영 시대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공감하고 추진하는 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환경이 좋아지거나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4월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이 베트남계 미국인 승객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항공사 CEO는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대응했다가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루만에 시가총액 중 약 3,000억원이 증발했다. 해당 항공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수익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재무성과에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EU는 2014년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올해부터 종업원 500명 이상의 기업은 비재무 성과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그밖에도 말레이시아, 남아공,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등도 ESG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과제 중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설정하여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기업이 참여하길 우회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의 주요한 광고에 제품이 사라지고 캠페인성 광고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정책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가치를 동일시하여 기업이미지를 제고함과 동시에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를 산출하기 위한 시도다.

 우리가 사는 전북은 문화적 양과 질, 모두를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더해 전주는 대한민국 문화(전통·예술·생활문화) 1번지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추측하건대 우리 지역 내 기업들은 대체로 자체적인 CSR, CSV의 시행보다는 요청에 의한 후원 및 협찬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지역에 맞는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 모델이 필요하다. 가칭 CCR(Corporate Cultural Responsibility) 모델은 어떨지 고민해본다. 우리말로 하자면 기업의 문화적 책임 정도가 될 것이다. 농업, 제조업, ICT 등 산업구조의 변화와 고도화에 따라 문화는 그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과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기업과 출연기관 등의 경영평가 등에 ‘문화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달청에서 실시하는 ‘종합심사낙찰제’에서 사회적 책임 가점을 늘린 것처럼 우리 지역의 입찰심사 시 ‘문화적 책임’에 대한 가점의 부여를 고려해볼만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우리 지역 내 문화예술 작품·상품의 구매·관람·후원·협찬, 기업 내 예술동호회 지원, 문화예술단체·기관 협력사업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문화예술인들을 크리에이터(Creator)로 상근, 혹은 비상근 인력으로 채용하여 경쟁력을 높이거나 기업 내 인력들이 문화예술인들과 공동으로 사회적인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 등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보고서들은 문화경영의 중요성과 효과를 통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조직만족도 상승, 문화마케팅 전개 등을 통해 매출 상승효과도 산출하고 있다. 이를 더욱 체계화하여 적용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미국의 한 조사업체의 연구에 의하면 “Z세대(1995년~2005년 출생자)들의 65%가 상품구매 시 기업의 CSR 노력”을 고려한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본다면 문화적 트렌드에도 매우 민감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CCR모델의 개발과 적용에 대하여 숙의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문화적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걸<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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