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지탱한 두 힘 종묘와 사직
조선을 지탱한 두 힘 종묘와 사직
  • 박금숙
  • 승인 2018.04.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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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숙 作 청사초롱
 한옥마을 여기저기에서 봄소식과 봄꽃들이 한창이다.

 공방 마당의 살구나무에 벌들이 모여든다.

 봄꽃의 향연에 취해 볼까하여 전주한옥마을 걸어본다.

 한복을 입고 거니는 연인들과 가족들, 이제는 한옥마을의 자연스런 모습이 되어가고 있어 좋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니 좋고 한복을 입고 한복이 어울리는 경기전, 오목대를 찾으며 옛날 조상들의 생활이나 정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다.

 경기전 밖의 수문장과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는 관광객의 모습에서 가까이에 있는 보물 제308호의 풍남문을 오고갔을 조선시대 아낙들의 웃음과 오버랩 되었다.

 이제는 역사적 건축물들이 삶의 터전이 되어 역사의 또 다른 스토리를 이어가는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공간은 어디였을까?

 관광객이 몰려드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의 궁궐일까?

 조선시대로 돌아가 묻는다면 누구라도 ‘종묘와 사직’이라고 답할 것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새로운 수도 한양을 건설할 때 경복궁보다 먼저 지은 것이 바로 종묘와 사직이다. 사극에서 신하들이 임금께 아뢰는 말인 “종사가 위태롭사옵니다!”라는 말에서 종사는 종묘와 사직, 즉 ‘국가’를 의미하는 말이다.

 종묘와 사직이 무엇이기에 궁궐을 제치고 국가를 대표하는 역사적 공간이 된 것일까?

 종묘는 역대 국왕과 왕비의 신주(神主), 즉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졌던 의물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사직은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즉 종묘와 사직 모두 국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공간이었다. 조선은 유교를 바탕으로 한 국가다. 유교의 이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효, 종묘 제사는 국왕이 자신이 선조인 역대 국왕과 왕비에 대한 효를 실천하는 통로였다. 또한 사직은 유교 문화의 경제 기반이었던 농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다.

 그럼 사직과 종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했을까? 성종 때 편찬된 국가 의례서인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에서는 대사(大祀)의 서열이 사직, 종묘 영녕전 순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달랐다. 중국에는 종묘와 사직 외에도 조선에 없는 두 가지, 환구와 방택이 있었다. 환구는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사용하는 제단이고, 방택은 당에 제사 지낼 때 사용되는 제단이다. 조선에선 환구와 방택이 없는 대신 이를 포함하는 사직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중시되었던 것은 종묘였다. 국왕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왕권과 정통성의 기반이 되는 선대왕들에 대한 제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실제로 국왕이 직접 주관한 ‘친제’의 시행 횟수를 비교해보아도 사직은 총 97회로 국왕 1명당 평균 3.6회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묘에 행차한 횟수는 인조대 4회, 숙종대 54회, 영조대 119회 등 사직에 비해 월등히 많다.

 지금도 역시 종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직은 도로 점령으로 인해 본모습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종묘는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종묘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선정되었다. 600여 년 험난했던 역사 속에도 온전히 지켜온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전주 경기전 본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곳으로 주변에는 조선시대 완들의 초상화가 있다. 경지전 안의 동재며, 조경묘, 경덕현, 서재, 용실을 돌며 봄바람에 지친 심신이 여유를 찾는다.

 봄 날 멋진 발걸음이 되었다.

 한복을 입은 연인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들의 시절을, 그들의 젊음을 부러워 한다.

 전주여행이 개인의 역사가 되듯 우리는 또 이곳에서 우리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참고도서(종묘와 사직-강문식,이현진·책과함께)

 /글=박금숙 닥종이 인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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