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와 같은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다. 여론조사 결과에 얽매여 경마식 보도를 하거나 당선이 유력한 특정 후보에 줄 서는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북일보 백성일 부사장 겸 주필의 칼럼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선거 구도를 놓고 개인적인 견해를 앞세워 마치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듯한 내용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지역 언론사 주필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 3월 18일자(인터넷 기사 기준) 전북일보에 실린 백성일 부사장 겸 주필은 ‘눈도장’ 찍기라는 칼럼에서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 풍경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한 달 가까이 지난 출판 기념회를 구지 들먹이면서까지 특정 후보를 부각시켰다.
‘열 길을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가 쉽지 않다’ ‘농촌 유권자들은 이해관계에 철저하다. 자기 애경사에 왔다 갔는지부터 따진다’ 정치인들이 애경사에 봉투를 직접 들고 찾아가는 게 ‘마음의 표시를 돈 액수로 표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애경사 참석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정치현실을 비꼬는 듯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있지만, 아직도 다다익선이다’며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기보다는 당연한 현실로 규정해 버렸다. 그리고 한 달이 넘어 기억에서 멀어진 특정 후보의 출판 기념회 이야기를 꺼내 든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의 출판기념회에 체면 때문에 안 갈 수도 없고 눈도장을 찌기 위해 참석한다며 출판기념회에 성의 표시로 건넨 ‘봉투를 뜯어보면 그 사람의 지지여부를 안다’고 너무 친절하게 해석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눈도장 찍기 출판기념회가 가장 성황을 이룬 사람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알기 어렵다는 백주필의 ‘한 길 사람 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월 20일에 열린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의 출판기념회가 가장 성황을 이뤘다. 토요일 1시 반부터 전주 롯데백화점 앞에서부터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시군에서 골고루 참석한 지지자들로 전북대 삼성문화관이 행사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줄잡아 5,000명 이상이 참석해 참석자들 스스로 놀랐다. 민주평화당 정동영의원도 이 정도면 교육감을 바꾸는데 성공적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백주필의 친절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북대 총장을 두 번 역임하면서 학교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이 작용한 것 같다’며 ‘김춘진 전의원의 출판기념회도 그런대로 성황이었다. 3,000명 정도가 다녀갔지만 서 전 총장 때보다 열기는 덜했다’며 집권여당 도당위원장 출신의 도지사 후보조차 한 방에 날려버렸다.
백주필의 글을 보고 내가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가? 차라리 내놓고 지지의사를 밝히는 것이 덜 부끄럽겠다. 언론의 중립이라는 가면 뒤에서 모호한 언어로 속내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지지 의사를 밝혔다면 오히려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더더욱 주위의 언론인들조차 한마디 비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아프다. 침묵하면 인정하는 것이 되고 당연한 것이 될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또한, 이 글은 도민일보와 관련 없는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