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적폐청산은 총장 선거문화 개선에서부터
상아탑 적폐청산은 총장 선거문화 개선에서부터
  • 이귀재
  • 승인 2018.04.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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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과 진리의 공간이자 자유의 상징인 상아탑에도 싱그러운 봄의 향연이 한창이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푸릇푸릇한 교정을 가득 메우며 활기를 더해주는 희망이 움트는 계절이다.

 온 국민의 참여 속에 일군 촛불정국은 출범 직후 국가적 과제인 적폐청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선 때마침 총장 직선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대학 총장은 간접 선거를 통한 정부의 임명제로 시행됐다. 대학 구성원들이 선출해 놓고도 교육부의 임명동의 절차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치는 형식의 이른바 간선제 총장 선출방식을 취했던 것이 이제는 직전세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간선제는 대학 구성원별 대표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원과 구성 비율이 대학마다 상이한데다 후보자를 선출한 다음 국립대의 경우 교육부장관의 임용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사립대는 이사회에서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어서 적지 않는 논란과 부작용이 속출해 왔다.

 

 대학총장 간선제 선출방식은 왜 문제인가

 

 대학총장 선출방식에 관한 논란은 최근에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산물로 많은 대학들이 직선제를 시행했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 들어 대학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전환하라는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 대학이 간선제로 전환하였다. 직선제가 교수사회에 파벌과 반목을 낳고 공약남발 등의 폐단을 낳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대학가에 총장 선출방식이 간선제로 전환하면서 대학의 자율성은 점점 시들해졌으며,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는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국고지원 예산을 볼모로 간선제로 유도했다는 거센 비난이 일었지만, 직선제를 고수하는 국립대학들은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 대학이 간선제로 속속 전환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 본부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은 날로 심화했고 지난 2015년에는 한 국립대의 교수가 직선제 보장을 요구하며 투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대학은 우리사회에서 최고의 지성집단이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대학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수렴될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민주주의 꽃은 선거이다. 어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학 총장을 간선제로 결정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다. 총장 직선제는 학생, 직원, 교수, 동문 등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선거에 참여해 후보자를 선출한다. 일반적으로 각 구성원 단위별로 투표반영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총장선출 과정에서 대다수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거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선거가 모두 직접선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자율과 지성을 상징하는 대학의 총장 선출방식이 예외라는 점은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직선제 총장 선거가 부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어찌 보면 촛불민심의 준엄한 요구이자 국가적 과제인 적폐청산 일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총장 선거문화

 

 대학 총장 선출방식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다고 해서 대학가에 누적됐던 모든 적폐가 일순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의 자율권을 침탈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줄 세우기를 심화시키는 등 국고지원사업의 선택권 강화와 같은 시장경쟁원리를 교육에 도입함으로써 적폐의 대상이 된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경쟁과 강요의 본성은 결과 지향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학문연구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생교육을 위한 대학 운영이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명암이 벌써 엇갈리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선제를 두고 학생과 교직원들의 투표 참여 비율이 낮아 구성원들간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모처럼 대학가에 찾아든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 모두 고루 참여해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해묵은 지연과 학연 등으로 얼룩진 파벌주의도 청산되어야 한다. 대학이 이제는 스스로 선거문화를 개선하여 공정하고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총장 선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적폐청산은 요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전북대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책무를 완수하고 변방이 아닌 국가와 중심,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 대학으로 우뚝 성장해 나가는 도약의 원천이 바로 총장 선거문화의 개선에서 비롯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귀재<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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