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즐기는 근대문화 여행
군산에서 즐기는 근대문화 여행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4.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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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미래유산 <1>
▲ 군산 시간여행축제
 군산 옛 도심에 자리한 근대 건축물은 마치 그 때의 시간을 옮겨 놓은 듯한 사진 한 장처럼 강한 인상을 남긴다.

 1899년 근대 항만시설로 개항한 군산 옛 도심(금광동, 신흥동, 월명동, 장미동 일대)은 최근에는 근대문화도시로 알려지면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새로운 도심과 달리 낮은 건축물이지만 오밀조밀한 구획으로 바둑판 형태의 풍경이 사뭇 이채롭게 느껴진다.

 군산 근대문화도시의 거리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유명한 빵집도 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얼큰한 맛이 일품인 짬뽕 집, 단골 손님부터 관광객까지 줄을 잇는 무우국 집, 콩나물 국밥 집 등 거리 곳곳마다 맛집들이 쉽게 발길 닿을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광객들도 늘어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행에는 식도락이 있기에 배가 부르면 으레 주변 풍경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 히로쓰 가옥
  그러한 풍경 속에는 옛 조선은행이 있고 히로쓰 가옥이 보존됐고, 역사의 흔적이 깃든 군산세관, 동국사로도 발길을 옮길 수가 있게 된다.

 군산시는 최근 이러한 관광 자원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항 근처에 근대역사박물관을 지어서 운영 중이며, 인기리에 흥행을 거둔 영화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을 새로 단장해 ‘야행’과 ‘시간여행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이렇게 군산의 명소를 찾아 다니다 보면, 어느덧 ‘시간 여행’이란 테마를 읽을 수 있게 된다.

▲ 동국사
  ‘동국사’(군산시 금광동 소재)는 그 중에서 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일본식 사찰로 유명하다.

 동국사 대웅전은 건축 자재를 일본 현지에서 조달해 국내 사찰의 전통적인 구조와 달라서 더욱 이채롭다.

 사찰은 일본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으로 외관이 보다 단조로운 점이 특징이다.

▲ 고우당
  ‘고우당’(군산시 월명동 소재)은 동국사에서 내항 쪽으로 큰 길을 건너 가면 찾을 수 있다.

 일본식 가옥으로 숙박 체험과 부대시설을 거닐 수도 있어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의 쉼터가 된다.

 ‘고우당’이란 명칭은 전라도의 고유한 방언인 “고우당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말이라고 알려졌다.

 군산시가 표방한 근대문화도시의 조성사업으로 모두 5개동 21실에 달하는 다다미방이 구성돼 있고, 현재는 인기가 급속도로 늘어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 히로쓰 가옥
  ‘히로쓰 가옥’(군산시 신흥동 소재)은 군산의 일본식 가옥인 고우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된 히로쓰 가옥은 일제강점기에 군산지역에 모여 살던 유지들이 주로 거주한 부유층 밀집 지역이다.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건설한 이 주택은 옛 호남제분 이용구 사장에게 돌아가, 현재는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 수많은 흥행 작품들의 촬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발길을 돌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하다 보면, 옛 조선은행과 군산세관 건물이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조선은행 군산지점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군산시 장미동 소재)은 과거와 오늘이 공존하는 건물 보수를 통해 지금에 이르러 지역의 근대 건축물이자 일제강점기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곳으로 남았다.

 지금은 근대건축관이라 명명하고 있으며, 1922년에 신축했다고 하니 무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어가는 중이다.

▲ 군산세관
  ‘옛 군산세관’(군산시 장미동 소재) 본관 건물의 경우, 지금은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제국 시절은 1908년에 만들어져 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로 지정됐다.

 110년이란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물 외관과 내부는 잘 보존돼 있다.

 사실, 군산시는 10여년 전, 근대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한창 기반을 다질 때만 하더라도 지역 안과 밖에선 비판이 제기됐다.

 비판의 큰 줄기는 굳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 아픈 역사를 끄집어내, 쓰라린 상처를 되새길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어두웠던 역사의 한 현장도 오늘의 현실 앞에서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음에, 과거의 비극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지금의 군산 근대문화도시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군산은 근대역사의 보고로 특색 있는 문화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며, 관계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 힘을 모으는 중이다.

▲ 군산 시간여행축제
  군산의 명소들을 찾아 길을 거닐다 보면 그것이 곧 ‘다크투어’가 된다.

 군산시는 이에 올해에는 ‘감성 있는 문화·예술·관광 도시 만들기’를 큰 기치로 다양한 시책을 펼친다.

 군산시 시설관리사업소 김병래 소장은 “연초부터 군산지역에 산재한 역사와 문화, 예술, 관광을 연계한 품격 있는 기획 공연과 다양한 전시로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군산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김병래 소장은 “이들 시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 지식정보 인프라 구축, 특화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군산을 명실상부한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견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기획전과 정책 세미나 근대 문화 공연 등으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애국애족 정신을 고취시킨다.

 한편, 박물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근대 문화 대표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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