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의사들은 왜 반대를 할까?
문재인 케어! 의사들은 왜 반대를 할까?
  • 김형준
  • 승인 2018.04.1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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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인들에게 듣는 가장 많은 질문이 ‘너도 문재인 케어 반대하냐?’, ‘너도 최대집(극우인사로 알려진 의사협회 신임회장 당선자)에게 투표 했냐?’ 이 두 가지이다. 새로 선출된 의협 회장과 집행부가 현 정권의 문재인 케어를 강력히 반대하고 극단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놓으며 정부와 의협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태극기집회 등을 주도한 극우단체 활동 전력을 가진 신임 의협회장이 선출되면서 의사들이 일부 네티즌으로 부터 노골적인 조롱과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로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반대한다며 의사들을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파렴치한 이익집단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왜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밥그릇 문제가 맞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정책이 나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면 당연히 저항하고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민주주의일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의사에게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숭고한 직업인이며 높은 도덕성과 희생정신을 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의사는 자신이 가진 의학 지식과 기술, 그리고 양심과 법률에 따라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15만명에 달하는 의사 전체에게 슈바이처 수준의 숭고한 도덕성과 희생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의사와 국민(환자), 기업, 보험당국 그리고 정부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현 사회의 의료주체들 가운데 의사들은 이미 과거 의료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우월한 지휘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저 의학지식과 법률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그 대가를 받는 계약관계의 한 축일 뿐이다. 또한 사회주의국가나 영국처럼 완전한 공적 의료가 실시되는 사회가 아닌, 냉혹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의사 역시 혹독한 경쟁 속에서 더 많이 이윤을 창출하여 생존하고자 하는 경제 주체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케어가 왜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고 의사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은 ‘비급여의 급여화’이다. 그동안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있던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 대상으로 포함해 현재 60%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MRI, PET 같은 검사나 상급 병실료, 최신 약물과 다빈치로봇수술 같은 첨단치료법 등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메디컬 퓨어’등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그만큼 많은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현 건강보험급여 수가에 있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급여 수가는 원가의 약 69% 정도의 수준이다. 한마디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어떻게 병의원들은 버텨온 것일까? 그동안 병, 의원들이 살아남은 데에는 바로 두 가지 비결이 있었다. 첫째가 바로 ‘비급여’이다. 원가에서 부족한 급여 수가를 비급여로 벌충해 왔던 것이다. 일반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입원비로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줄이고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상급 병실을 더 많이 만들어 수입을 맞추어 온 것이다. 이런 비급여 항목이 병원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되다 보니 비급여 항목이 적거나, 수가가 촘촘히 통제되는 진료과목은 병원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는 소위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비인기 진료과들로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사람의 생명과 즉결되는 진료과들이다. 이런 수가 체계의 왜곡된 구조는 그동안 의료의 시스템 전체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중증외상 전문의로 유명한 이국종 교수(아주대)가 환자를 살릴수록 병원에 손해를 입히는 의사로 찍혀 자괴감이 든다는 일갈처럼, 그 분야에서 종사하는 동료의사들의 고충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두 번째 비결은 바로 ‘박리다매’이다. 주로 개인 의원이나 중소 병원 등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 생존하려고 걸어온 길로 30분대기 3분 진료라는 악명 높은 한국 의료의 상징을 만들게 된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병의원이 무리한 방법으로 환자 유치를 하게 되고, 경쟁에 뒤처진 병·의원들은 도태되면서 오히려 소신 진료하면 망한다는 말이 사실처럼 의사들 사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올바른 방향은 한마디로 저부담-저수가-왜곡진료의 악순환을 적정부담-적정진료-적정수가의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자칫 저수가 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의료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위기감을 의사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정부와 의사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혜택도 부담도 책임져야 하는 국민 모두의 일이다. 기존 비급여의 남용이 의료시스템을 왜곡해 왔기에 분명히 개혁은 필요하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인 저수가 구조를 먼저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충실한 내용의 정책을 정부가 제시해야만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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