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어떻게 늙어가나? (2)
얼굴은 어떻게 늙어가나? (2)
  • 최정호
  • 승인 2018.04.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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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인간 종만의 특징적인 얼굴의 노화가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하는가? 젊었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낭패감 중의 하나가 자신의 늙은 얼굴을 발견할 때이다. 나의 병원 복도에는 40대 때 방송에 출연하거나 학회 강의장면의 사진이 걸려있다. 최근에 나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웃으면서 “선생님도 많이 늙으셨군요!” 며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경우가 잦아졌다. 나는 한 곳에서 23년을 <주름박사>란 별명을 스스로 붙이고 늙은 얼굴을 젊은 얼굴로 성형수술을 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중이니 많은 환자들이 호소하는 <늙음>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선생님! 마치 하룻밤 만에 폭삭 늙은 것 같아요!” “지난번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받았는데 그게 잘못되어서 없던 주름이 생겨서 사라지지 않아요!” “ 선생님께 받은 눈꺼풀 수술 후에 눈 모양이 이상해지고 주름이 더 생겼어요!” 등등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신만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추측이나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믿음과 사실 혹은 진실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멀리 전 우주의 시작과 비밀도 알아가기 시작했으며 물질의 궁극적 본질과 특성도 밝혀내 가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안쪽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알고 있다. 기술적으로 지구 내부를 탐구하기가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무지한 편이다. 즉 내 몸과 마음에 대해 가장 잘 모르고 있다. 왜냐하면, 가장 가깝거나 친숙한 것에 대해 우리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자신을 탐구하는 방법이 어렵기도 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사람공부이고, 내가 누구인지 라는 질문은 무엇보다도 유익하고 진지하다.

 먼저 하룻밤 만에 늙었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일부분은 진실이고 일부분은 거짓이다. 얼굴이 늙어가는 과정은 시간에 비례하여 일어나지 않고 기하급수적 속도로 진행된다. 즉 30대에서 40대로 가면서 비교되는 노화의 정도보다 40대에서 50대, 60대로 넘어가면서 진행되는 노화의 정도는 가속도가 붙어 마치 하룻밤 만에 늙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처럼 마법이 풀려 한순간에 늙어 버릴 수는 없겠지만 젊었던 날의 기억으로 채워진 우리의 마음은 어느 날 벼락처럼 다가온 아줌마, 할머니의 모습이 하룻밤 만에 찾아온 <재앙>으로 느낄 수 있다. 거울이나 창에 비친 늙은 <얼굴>은 너무나도 낯설어서 마치 <마스크>를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더 절망스러운 것은 운동하거나, 화장으로도 예방도 치료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얼굴>은 늙었으나 <마음>은 아직 젊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사람의 <얼굴노화>는 얼굴의 생물학적 본래의 기능과 <표정 기관>으로서의 인간 종의 고유기능이라는 두 가지 기능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 대가로 발생한다. 먼저 입 주위의 구조는 본래의 먹이 섭취기능을 위해 하악골이 아래로 벌어지면서 섬뜩하게 크게 벌어진다. <포식자> 시절의 입은 공격과 방어의 핵심 무기였고, 포획된 먹이를 탐욕스럽게 물어 뜯고 싶은 생명유지에 핵심 역할을 해야 했다. 믿기 어려운 가설이라 생각된다면 인간과 공통의 조상을 가진 호랑이나 개, 하마등 다른 동물들이 주둥이를 벌리고 싸우거나 포식자를 사냥하는 자료를 검색하여 관찰하면 알 수 있다. 또한, 입은 인간 종에겐 말을 하고 표정을 짓는 부차적인 기능을 위한 미세조정이 이루어져서 가장 노화에 취약한 지역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고한 구조를 표정신호의 발신을 위해 운동성이 허용된 부드럽고 약한 구조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입 주위와 턱 주위는 예외 없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늘어짐과 변형의 범위가 넓게 발생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예외 없이 코 옆의 팔자주름이 깊어진다고 병원을 방문한다. 조금 빠른 사람은 50이 넘으면 볼이 쳐져서 입안에 무엇을 물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인간의 <입>은 참으로 바쁘다. 평생을 그 <입>으로 먹고, 마시고, 숨 쉬고, 말한다.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바쁜 이 <입>을 중심으로 가장 넓은 범위로 늘어지고, 쳐지고, 쭈글쭈글해진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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