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소통하는 교육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소통하는 교육
  • 국방호
  • 승인 2018.04.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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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교육과정 설명회’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나이가 든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종전의 표현으로는 ‘학부모 총회’다. 가정과 소통한다는 점은 같으나 다양한 학습활동을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청탁방지법 시행 이후 학부모가 학교를 찾기가 덜 부담스러워졌다고는 하나 오히려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인지 평소 발걸음은 훨씬 뜸한 편이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열의는 전에 못지않다.

  낮부터 내린 비가 이슥해진 어둠과 함께 더욱 짙게 내리는 가운데 아직 시작시간이 20여분 남았는데에도 좌석이 많이 채워져 있다. 강당 입구에는 학생회 임원들이 연간 교육활동이 들어있는 70여 쪽에 달하는 ‘2018 교육과정 설명회’ 책자와 학교에서 발행한 영자잡지를 나누어드리며 음료수를 대접한다. 식전행사인 교육활동으로 구성된 동영상이 음악선율과 함께 시선을 끈다.

  기도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교사소개 후 학교장 환영사 순서다. 매월 학교장 특강으로 900명의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인데도 반밖에 안 되는 학부모들이 사뭇 긴장이 된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 망설이다가 질문을 던졌다.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일까요?” 잠시 주춤하다가 “여기 계신 부모님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아들이 따뜻하게 대접받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학교가 아닐까요?” “이 말이 맞으면 박수 좀 주실까요?” 박수소리는 컸으나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멋쩍었다.

  준비한 PPT로 세 장의 사진을 띄웠다. 첫 째는 ‘사제동행’이다. 1학년은 수련활동으로, 2학년은 테마현장학습으로 천황봉과 백록담에 올라 찍은 단체사진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5시간의 산행으로 한라산 정상에 올라 지리산에 오른 1학년 부장과 통화했을 때, 그 순간은 대한민국을 다 정복한 느낌이었다. 산을 뒤덮은 사진으로 항시 학생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기숙사생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세 번째 사진만큼 감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학교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는 전통이 중요해 올해 신축된 역사관의 구성과 더불어 졸업생 활약상을 설명했다. 특히 본교출신으로 미국 NASA의 모의 화성탐사를 이끄는 한국인 대장에 대한 소개는 모교는 물론국가까지 빛낸 인물이긴 하지만 너무 일반성이 떨어진 것 같아 “모교에 기여하려면 연예인을 만들어야죠!”하며 입학식에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한 탤런트 윤균상(삼시새끼 출연) 얘기로 분위기를 가볍게 반전시켰다.

  사립학교에 30여년 근무하다 보니 제자들의 아들들이 많이 들어온다. 최고 45명일 때에 비하면 다소 줄었지만 올해도 7명이나 들어왔다. 농담으로 “손자를 가르친다”고 한다. 마침 아침에 상담한 제자 아들 생각이 난다. 가족 관계와 장래희망을 묻고 나서 “너, 학교를 아빠가 가라고 해서 왔지?” “아뇨, 제가 원해서 왔어요.” “그래 와보니 어때, 마음이 드니?” 너무 단순한 질문 같은데 대답도 시원했다. “시설이 좋고요, 밥도 맛있고요, 선생님도 친절하셔요!”

  마음 한 구석 “그럴까?”하면서도 내심 기다리던 대답이었다. 마침 다음 장면에서 이제 한 학급 학생이 26명밖에 안 돼 책상을 유엔총회장 식으로 배치한 수업장면을 띄웠다. 그리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농구장을 제시하며 족구장 등 지난해에 새롭게 단장한 체육시설을 설명했다. 남학생들이라 왜 그리 운동을 좋아하는지 끝 종소리만 울리면 벌써 운동장으로, 마침 올해 4월에도 선배들의 멘토링이 예정되어 지난해의 사진을 통해 진로지도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지덕체의 균형지도를 강조하기 위해 음악과 체육의 1인1기를,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학교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외국과의 교류사진을 보이며 ‘영어는 기본, 중국어나 일본어 중 하나는 필수’라는 평소 학생들과 외치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청탁방지법에 관한 교감의 특강이 끝나고 장소를 바꿔 학년별 행사를 갖고 학급에서 상담이 진행되었다.

  다음날 아침 학년부장으로부터 설명회에 대한 분위기를 들어보니 개별 상담까지 끝나니 10시가 넘었단다. 과연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을까? 학교에는 어떤 과제를 남기고 가셨을까? 그러나 정답은 학교에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오순도순 생활하는 모습에 미소를 머금고 가셨을 거라고,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한다면 좋은 교육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본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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