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과 문제점
11.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과 문제점
  • 강원표
  • 승인 2018.04.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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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제1조).

 따라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그 피해의 보상을 받기 위하여 위 의료분쟁조정법에 근거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활용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은 무엇이며, 의료 피해자 구제의 측면에서 그 실효성은 얼마나 될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1. 의료분쟁의 조정, 중재 및 상담, 2. 의료사고의 감정, 3. 손해배상금의 대불, 4. 의료분쟁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연구, 통계 작성, 교육 및 홍보, 5. 그 밖에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을 한다(동법 제8조).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원칙적으로 조정을 신청한 후 90일 이내에 결정을 하도록 되어 있어 구체적 사안에 있어 신속한 피해 구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업무는 피해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그 실효성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입증책임의 전환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 의료소송의 경우 의료라는 전문 분야의 특성상 피해자들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않는 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우선 피해자들은 의료전문 지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의 대부분이 병원에 있어 구하기 힘들고, 만약 그 증거자료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의료인들의 전문용어로 작성된 서류들이 대부분이므로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법령 상으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고자 하더라도 의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스스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입증책임의 문제에서 의료 소송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에 차이는 거의 없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것처럼 90일 이내에 조정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의료진이 과실을 부인하는 경우, 피해자들은 과실을 입증할 시간적 여유도 없게 된다. 의료소송의 경우에는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대한의사협회나 종합병원 등에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데, 실무상 그 기간만 90일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내부에는 의료사고 감정단이 있지만 그들도 90일 이내에 얼마나 정확한 감정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입증책임의 전환을 인정하지 않은 채 90일 내에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라 보인다.

 두 번째 문제는 피해자와 조정이 성립된 경우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그 성격이 변경된다는 점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51조). 이는 의료진의 직업 양심에 환자의 신체를 맡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배상만 해주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의료행위를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다가 앞서 살펴본 피해 구제의 실효성 측면을 더하여 의료분쟁조정법을 바라보면 의료 피해자가 아닌 의료인들의 이익을 더욱 고려한 법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즉,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인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기능 밖에 없는 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국 의료소송으로 가게 된 경우, 오히려 신속한 피해 구제가 어렵게 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 성립된 경우 피해자는 신속한 구제를 받게 되겠지만, 만약 의료진이 과실을 부인하게 되어 결국 의료소송으로 가게 된 경우 피해자의 구제는 신속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린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진이 과실을 부인한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피해자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함으로서 무의미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이 된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결국 의료소송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이 의료분쟁조정법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제점과 한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의료분쟁조정법은 피해자가 아닌 의료진의 구제에 실효적인 법이라 평가될 수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이 그러한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을 통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제도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상대적 약자에 해당하는 의료사고 피해자의 구제에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법으로 변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강원표<법률사무소 동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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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2018-04-06 09:22:12
기사내용에 오류가 있습니다. 사실 확인 후 정정 보도가 필요한 듯 합니다.
의료분쟁법은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로 환자측과 의료계가 대립하여 23년만에 법 제정이 된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중재원 내에 환자측의 입증책임을 경감시키는 의료사고감정단을 설치함으로써 극적으로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현재 환자측에서는 중재원에 자료제출만 하고 입증은 의료사고감정단에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