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정의’
‘평화’와 ‘정의’
  • 조배숙
  • 승인 2018.04.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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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정의’가 만났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성과를 이뤘다.

 국회에서 교섭력이 커진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는 국회운영 전반을 결정하는 교섭권을 가진다.

 현재의 국회 교섭단체 요건 20석은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선포한 뒤 국회 통제를 용이하게 하려고 개정한 45년 전 기준 그대로다.

 그동안 진보정당이 한 번도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제약 때문이다. 국회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다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다당제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거대 양당이 특권과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회정치를 실현하려면 국회 교섭단체 요건부터 완화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국민의 손으로 다당제 기틀이 마련됐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양당 기득권 정치의 폐해에 대한 민심의 반격이었다.

 20대 국회 개원 초, 여야를 막론하고 ‘협치’가 화두가 되었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로의 개혁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협치’의 화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논의도 지지부진하다. 20대 국회의 현주소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는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어깃장 정치에 매몰돼 있다.

 거대 양당은 대화와 타협을 모른 채 대립하면서도 때론 공존을 위해 손을 맞잡기도 한다. 지방의원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어 지방권력 나눠 먹기에는 양당 모두 이의가 없다.

 소수 의견을 배려하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외면하는 데 당리당략이 같은 이유다. 거대 양당은 다당제를 통한 협치와 생산적인 정치를 명령했던 민의를 배신했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볼모로 만들고 말았다.

 특히,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적폐세력이라던 한국당과 더불어 그 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만큼 양당 패권정치의 기득권은 완강하다. 이런 국회 상황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통해 다수결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양성의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단절된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졌다. 잃어버린 ‘협치’의 국회를 만들어 정쟁보다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평화와 정의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한반도 평화 실현 ▲개헌 및 선거제도 개혁 ▲특권 없는 국회와 합의 민주주의 실현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창출 ▲식량 주권 실현과 농업예산 확충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보호 육성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개혁 ▲미투 관련 법안 발의 선도 등 8대 정책 과제에 대한 공조를 확인했다.

 ‘평화’와 ‘정의’의 가치연대를 통한 우리사회 개혁과제의 실현을 선언한 것이다.

 산적한 국정 현안 처리를 위해 소집됐던 4월 임시국회가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과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의 이견 때문이다.

 공교롭게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공동교섭단체가 출범한 날 국회 파행이라니 깊은 유감이다.

 오죽했으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가 처한 현실”이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했을까?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의 선진적인 정치가 이뤄낸 소중한 성과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의 장으로 변질한 20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 생산적 정치의 장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다.

 평화와 정의라는 가치에 집중하면, 대한민국 정치가 큰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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