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원장, ‘사진으로 보는 체육백년’ 펴내
이인철 원장, ‘사진으로 보는 체육백년’ 펴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4.0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 체육인 이인철 전북체육발전연구원 원장이 ‘사진으로 보는 체육백년(1집)’을 펴냈다.

 총 114페이지에 이르는 책 속에는 1800년 대로 추정되는 민속씨름의 모습부터 2000년 대 초반에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체육 100년 사진전시회의 장면까지 다양한 체육계의 풍경이 담겨 있다.  

 4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노체육사학자의 음성은 한없이 맑았다. 이 원장은 “인류사회에서 체육이 차지하는 가치는 위대하다. 소중한 가치를 후세에 인식시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정신이다”면서 이번 발간의 의의를 설명했다.

 체육 분야는 물론 지역의 역사와 생활사, 문화에 관련된 각종 기록물을 수집해 온 큰 어른. 60여 년 동안 산과 들과 바다를 누비면서 한 뿌리, 두 뿌리 모으듯 모으고 또 모은 기록물 중에는 최초이거나 최고(最古)이고, 혹은 유일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법. 이 원장은 전북 체육을 넘어 대한민국 체육사에 가장 역사적인 순간들을 골라내 책으로 엮었다. 평생 모아온 1천 매가 넘은 사진과 100점이 넘는 체육 관련 자료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으나 누군가는 꼭 해야만하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에 발간된 책에는 지난 1950년 제54회 보스톤 마라톤대회 당시 영광의 모습을 20여 페이지나 할애해 사진과 외신 기사로 수록하고 있다.

1950년 4월에 열린 이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는 나란히 1, 2, 3위를 휩쓸며 대한민국의 이름을 전 지구촌에 떨쳤다. 특히 6.25 발발 2개월 전에 이뤄진 대회라는 점에서, 그 역사성과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원장은 국내에는 남아있지 않은 당시의 외신 기사를 다양하게 수집하고자, 18년 전 미국의 신문사까지 찾아가는 열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1946년 6월 전주에서 조선역도연맹 전라북도지부가 결성됐던 그날 촬영된 기념사진도 눈길을 끈다. 김구 선생도 참여했던 이 날의 결성식은 전국에서 가장 화려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진 속에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전주시 고사동 소재 일본인 소유 정토사의 전경과 바벨에 태극기를 걸어둔 모습 등의 피사체도 남아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하고도 남을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하게 체육계의 역사를 집대성한 사진집이 아니라, 지난 100여 년 동안 한민족의 역사이자 정체성, 문화인류학 서적으로 이해되는 이유다.

독자들은 컬러판으로 시원하게 편집돼 묶인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의 대화까지도 가능할지 모른다.

 평생을 수집한 낡은 사진과 자료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묵은 때를 벗겨 한 권으로 묶은 그 수고스러운 손길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봄날. 구순(九旬)의 노체육사학자 세상에 내놓은 이 선물이 마지막이 아닌 2집, 3집으로 이어지질 것이라는 믿음이 두터워진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