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가치와 미래 농업
농업·농촌의 가치와 미래 농업
  • 박종만
  • 승인 2018.04.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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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의 역사를 3개의 거대한 물결로 분류하였다. 1만 년 전 농업혁명을 제1의 물결,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 그리고 오늘날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혁명을 제3의 물결이라 칭하였다. 이 세 가지 물결의 공통점은 생산방식의 혁신을 통해 모든 인류의 살아가는 모습(생활양식)과 방식(사회조직), 그리고 생각의 틀(철학과 이념)을 바꿨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제2물결)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시민사회를 잉태하였고 정보혁명(제3물결)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두 물결은 농업혁명의 존재가 없었다면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농업혁명(제1물결)은 먹거리를 채집하고 수렵에 의존하던 인간이 씨앗을 적절한 시기에 땅에 심고 이를 잘 관리하면 수십 배, 수백 배의 산출이 가능한 것을 이해하고 실행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는 18세기 유럽의 중농학파들이 농업만이 유일하게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직도 농업을 중시하는 전통은 유럽대륙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농업에 대한 애정이 깊기도 하다.

  산업혁명(제2물결)을 일으켜 선진공업국의 기틀을 닦은 영국은 공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임을 강조하면서 농업을 경시했던 적이 있었다.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자유무역론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1864년 곡물법을 폐지하고 식량을 사다 먹기 시작하였다. 1차 세계대전(1914) 당시, 주곡인 밀의 자급률이 19%까지 떨어지자 독일의 해상봉쇄로 식량을 수입할 수 없게 되었고 영국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농업투자를 확대하여 1978년에는 곡물 자급률 77%를, 80년대는 수출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렇게 영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식량자급률 100%를 넘기고 있다.

  요즘,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재해가 빗발치고 있어 식량생산이 위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인구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 인력의 도시 유출과 농지전용으로 곡물생산은 감소하고 있으나 소비는 늘고 재고가 급감하여 식량사정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효율성만을 가지고 쌀을 평가하여 농업을 소홀히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에서 쌀은 단지 식량공급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안전성 제고, 지역간 균형 발전, 농촌고용 증진, 도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논은 홍수 예방, 수질 정화 등 환경보전의 기능도 가지고 있어 그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무려 19조원에 이르고 있다.

  각국의 주요 수출상품인 향토자원이나 전통문화 또한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농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농업·농촌은 국가존립의 기반일 뿐 아니라 경기 침체기에 고용을 제공하고 갈등을 흡수하는 국가 경제의 완충지대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시되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은 별도로 생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적 성격과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농산물 무역자유화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쟁논리에 입각하여 무역자유화 등으로 농업활동이 위축되면 농업이 창출하는 다원적 기능 또한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도 1990년대부터 정책을 강화했던 것이다.

  농업·농촌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다. 돈으로 언제든지 살 수 있었다면 왜 선진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식량작물을 보호하고자 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박종만<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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