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 문화자치와 문화분권
지방자치시대, 문화자치와 문화분권
  • 이태호
  • 승인 2018.04.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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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1980년 이후 38년 만의 일이지만, 개헌안의 발의 형식과 과정, 방법 및 내용 등을 두고서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사석(私席)에서도 말들이 많다. 하지만, 필자가 바라본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바로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재정, 자치복지 등 네 가지 부분에서 긍정적인 개헌 조치를 하는 것이 우선적 고려 사항이라고 강조하면서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이야말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게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개헌안에는 자치분권 강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매우 제한적인 범위의 자치만 가능하게 하여 놓은 중앙집권적인 헌법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헌법 제117조에서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고 지방자치의 입법권, 재정권, 조직권 등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헌안과 마찬가지로 2013년 12월 말 국회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법률이 제정되어 통과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의 특수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기본계획의 골자이다. 그리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실현가능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역문화 자치’와 ‘지역문화 분권’이라는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가치이다. 다시 말해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의 의미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기초적인 제도의 보완과 문화 분권, 지역문화의 자율성 강조 등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체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역문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회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이 통과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문화관련 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의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현 정부에서도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실현가능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이라는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은 과연 가능한 일이고 또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핵심적 ‘가치’이자 ‘지향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이라는 개념 중 지역문화진흥법 등을 통해서 ‘지역’에 핵심적인 가치와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자치’로의 이행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적 자생력과 자율성을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분권’의 경우, 현재처럼 중앙정부에서 독점하고 있는 문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권한과 문화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재정 및 집행권한 등을 지방정부에 단계적으로 이양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문화분권’은 말 그대로 헛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절름발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지역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때,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은 매우 요원한 것으로 판단되며, 설령 이양이 된다 하더라도 매우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문화분권’은 ‘문화자치’와 더불어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핵심적인 ‘가치’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하는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이다.

 이태호<익산문화재단 사무국장/미술평론가> 

 약력 ▲서울 예화랑 ▲갤러리 세줄 기획실장 ▲종이미술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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