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다양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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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숙
  • 승인 2018.04.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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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26>
▲ 샛노란빛이 나는 황산모봉. 찻잎을 고온으로 덖는다.

 찻잎이 차가되기 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다양한 공정이 필요하다. 차의 색과 향기와 맛은 제다과정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차는 하나의 차나무,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종명을 가진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들어진다. 찻잎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채취되었는지, 찻잎을 어느 정도 실온에 두었는지, 솥에 덖었는지, 증기로 찌는지, 찻잎을 비비는지, 산화과정이 있었는지 등, 제다(製茶) 방식에 따라 녹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 황차로 분류한다. 이들 6대 다류는 그들만의 특색있는 가공과정을 정밀하게 거친 후에 마실 수 있는 차로 탄생한다. 과거에는 차가 생산되지 않는 지역에서 차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차 산업화로 인해 다양한 차를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으며 지역의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 차를 만드는 방식은 본래 중국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동남부와 대만, 한국과 일본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주로 중국의 소엽종이다. 차나무 크기는 1.5m~3m, 찻잎은 10㎝이하, 수명은 대략 50년 정도 이다. 주로 녹차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녹차의 경우는 차를 우렸을 때 녹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다과정에서 산화가 일어나면 안 된다. 찻잎을 채취한 후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찻잎을 솥에서 덖거나 찐다. 찻잎을 덖었을 때와 증제했을 때 차의 색과 향기와 맛이 다르다. 이러한 연유로 나라마다 취향에 따라 제다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거대한 차 시장을 가진 중국의 경우 녹차 종류만 해도 수 십 가지이다. 이와 관련된 스토리텔링도 다양하다.

  중국녹차의 제다방법은 우선 채취한 찻잎을 살짝 시들게 한 다음 산화를 억제하기 위해 솥에서 덖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찻잎의 색은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찻잎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손이나 기계를 이용해서 모양을 잡는다. 다양하게 만들어진 찻잎모양은 그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며 이름을 결정짓는다. 주로 호박씨처럼 납작한 모양의 과편(瓜片), 눈썹 모양을 닮은 미(眉), 끝이 뾰쪽뾰쪽한 첨(尖) 등이 있다. 하얗고 가는 솜털에 싸인 동그란 모양을 한 벽라춘(碧螺春)은 푸른색의 소라모양의 라(螺)를 붙인 이름이다. 중국 10대 명차중의 하나인 황산모봉(黃山毛峰)은 세계 문화유산인 황산(黃山)에서 생산되는 녹차이다. 찻잎은 작설(雀舌) 모양이며 잎이 길고 뾰족하다. 하얀 솜털로 덮여있으며, 차를 우렸을 때 물속에 찻잎은 황금빛을 띠고 있다. 차향은 맑은 것이 특징이다.

  황산(黃山)은 중국 안후이 성에 있는 명승지로 신선들의 옷자락이 걸쳐있다는 곳으로 산 좋고, 물 좋고, 차가 좋은 곳이다. 해발 1000m 이상 높이의 저마다 특색이 있는 봉우리들이 어울려있으며 산세가 깊고 험하다. 천개의 봉우리가 있어 하루에도 날씨가 여러 번 바뀐다는 이곳은 산을 올라가다 보면 비를 만나기도 하고 화창한 날씨를 만나기도 한다. 봉우리 아래 안개 속에 펼쳐진 차밭은 과연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청대(淸代)에 중국을 대표하는 명차(茗茶)생산지 중의 하나였다. 명차(茗茶)는 늦은 시기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말한다. 고산지대의 산봉우리에서 핀 찻잎이라 늦게 찻잎을 채취했던 모양이다. 찻잎을 따는 절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중국 다원은 사시사철 차를 만든다. 황산에서 생산되는 태평후괴라는 녹차도 있다. 일아이엽(一芽一葉)이나 삼엽(三葉)으로 만들어 찻잎의 크기가 무려 8㎝가 된다. 품질이 좋은 찻잎에는 붉은 선이 드러나 있다. 이 차의 특징은 찻잎을 유리잔에 넣고 물을 따르면 선명한 초록빛의 찻잎이 아름답게 벌어진다. 다른 차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화려한 향과 풍부하고 깊은 맛이 있다. 손으로 직접 가공한 태평후괴는 생산량이 적어 귀하다. 기계로 가공한 것보다 훨씬 인기가 좋다. 본래 등급이 높은 찻잎은 청명 전후에 작설이라는 일아일엽(一芽一葉)으로 만든 차이다. 하지만 지역의 특색을 살려 큰 찻잎으로 녹차를 만든 것이다. 황산모봉과 태평후괴는 황산이라는 자연유산이 있었지만 기존의 녹차에 대한 인식을 깨고 지역의 특색과 녹차의 개성을 살려 콘텐츠에 성공한 것이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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