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의 길과 삶의 길’
‘말(言)의 길과 삶의 길’
  • 조석중
  • 승인 2018.03.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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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

 “임금은 성안으로 쫓겨 들어왔다가 끌려 나갔고, 폐허의 봄에 냉이가 돋았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학고재, 김훈 저)에 덧붙인 ‘못 다한 말’에서 그 치열했던 47일 간의 처음과 끝을 한 줄로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이것이 소설 일뿐 역사가 아니라도 당부하지만 <남한산성>은 역사속의 많은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또한, 지난해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영화가 제작이 되어 400만 명 가까이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던 소설 <남한산성>은 역사소설이다.

 이미 원작도 100쇄를 넘어서 70만권이 판매되고 있다.

 김훈의 소설들은 당대 한국 문학 작품들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소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12월 28일부터 1637년 2월 24일까지 조선과 청나라의 전쟁 동안 왕이 남한산성에 들어가기 직전에 시작해 왕이 남한산성에서 나오며 마무리 된다.

 조선의 운명 속에서 임금과 대신 그리고 백성들이 보여주었던 가장 치열했던 47일간의 이야기다.

 “조선과 청이 대치하고 있었고 조선의 임금 인조와 청의 황제 칸이 대치하고 있었고 조선의 병사와 청의 병사가 대치하고 있었다. 쫓겨 온 자와 쫓아온 자의 대치였고 굶주린 자와 배부른 자의 대치였고 말과 말, 문장과 문장의 대치였다…… 대치는 성벽을 사이에 둔, 성 박과 성 안의 것이 아니었다. 성 안에서 군과 신이 대치하고 있었고, 병과 병이 대치하고 있었으며, 병들의 목숨과 성첩을 덮는 추위가 대치하고 있었다……. 어디도 대치를 피할 곳은 없었다.”

 대립의 긴장감이 소설에 묻어있다.

 말과 말의 대립, 문장과 문장과의 대치를 보여준다.

 그 중 순간의 치욕을 잘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잘 지켜야 한다는 최명길과,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의 대립은 그야말로 설전이다.

 하지만 김훈은 애써 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 시대를 산 그들의 입장 각각에 힘을 실어준다.

 어쩌면 그 설전의 그 행간 속에서 길을 잃고 지루함 마저 든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주장이 각각 명징하게 자신의 길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서로가 주장하는 옮음과 옮음이 다르고, 그 방식 또한 다르지만 ‘결국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결국에는 말의 길과 삶의 길을 이으려는 길이 인간의 길이며, 우리는 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고민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 조석중(독서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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