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원인 식재(植栽) 재고(再考)해야
알레르기원인 식재(植栽) 재고(再考)해야
  • 장선일
  • 승인 2018.03.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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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은 모든 걸 얼려 놓을 듯 동장군의 힘을 자랑하였지만, 계절의 변화 앞에서 생명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매서운 한파를 이겨내고 매화와 산수유를 필두로 개나리와 수선화 등 수많은 식물들이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위하여 꽃을 피우면서 본격적인 봄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때가 새 생명을 키워내기 위한 적기라 하여 나무를 식재(植栽)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땔감 그리고 목재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무분별하게 벌목한 결과로 온 나라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어 풍수재해를 자초한 경험이 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 산림당국은 식목일을 정하고 이시기를 전후로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울창한 산림 숲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가꾸어온 산림이 본래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재고(再考)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 40~50년 전에 우리가 숲을 복원하고 목재로 활용하기 위해서 일제가 벌목한 자리에 리키다 소나무와 낙엽송을 주로 식재하였다. 여기에 외래종인 아카시아를 비롯한 수많은 종의 나무가 심어지고 스스로 퍼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산림은 울창해졌지만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병에 원인이 되는 수많은 해충으로 인해서 우리의 자생자원이 고사하고 있고 그 자리에 외래 일본종인 편백나무와 같은 종이 매년 수십만 그루가 식재되고 있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다.

 원래 편백나무는 일본의 대표적 수목 가운데 하나로 삼나무과에 속하며 목질이 좋고 향이 뛰어나 실용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편백나무는 가구 제작은 물론 건물의 내부 벽체, 인테리어용으로 널리 쓰인다. 편백나무에 함유된 살균작용이 있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베개, 벽지, 도마, 장난감 등 편백나무를 이용한 각종 생활용품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해마다 대량으로 편벽나무를 심고 있다.

 문제는 편백나무의 꽃가루인데, 그 꽃가루가 수십 km까지 퍼져 나가 우리의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알레르기의 원인물질로 작용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봄철 알레르기 환자가 현재 5,000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 주범이 삼나무와 편백나무 꽃가루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골칫거리 거리가 되었다. 일본은 이러한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인해 천문학적 의료비용과 관리비용이 들고 있어 주범인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대거 벌목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많이 내고 목제의 이로운 점만 내세워 당국은 물론 지자체와 민간에 이르기까지 앞다투어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A 대학교수가 편백나무의 꽃가루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라는 해악성을 알린 후 편백나무의 식재에 재고해야 한다는 언론보도 후 산림당국이 이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산림관계자는 일본의 편백나무의 알레르기 유발 해악성은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에 조성되고 있는 편백나무 조림면적은 5%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뽕나무 및 느릅나무 등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편백나무의 목재와 피톤치드 등 이로운 점이 더 많다고 대변하고 있다.

 원래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말은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이자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왁스먼(S. A. Waksman)이 처음으로 발표한 용어로 ‘식물의’라는 뜻의 ‘파이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써,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을 뜻한다.

 우리가 숲에 들어가면 상쾌한 삼림향이 나는 것은 피톤치드 때문이데, 이것은 수목이 주위의 병원성 세균이나 해충을 죽이기 위해 생성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그러므로 풀과 나무 등 모든 식물은 피톤치드를 만들어 내 뿜는다. 편백나무만이 피톤치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야에 서식하는 자생종 역시 알레르기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알레르기 유발과 같은 해악성이 있는 외래종을 대대적으로 식재하는 데는 반드시 재고해야 마땅한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봄철 꽃가루와 함께 중국발 황사, 미세먼지 그리고 우리의 산업공해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고초열 그리고 결막염 등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인 모든 꽃가루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산림당국은 식재할 나무를 선택할 때 반드시 주위의 환경을 고려하고 생물의학자들과 깊은 논의를 통하여 식재할 종을 선택해야 한다. 외래종으로 우리의 산림을 채우기보다는 자생식물자원의 이로운 점을 면밀히 조사하고 발굴하여 건강한 숲은 만들어 나갈 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조성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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