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미술관’ 정크아트를 품다
‘이당미술관’ 정크아트를 품다
  • 박인선
  • 승인 2018.03.2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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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이당미술관전경 - 사진제공 정재호 사진작가
 지난해 연말쯤에 군산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선배의 소식을 접하고 군산의 이당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니, 이게 미술관인가요? 혹시 아직 수리가 안되었는데 일정이 급해서 전시를 하시는 것입니까?” 관람객 한 분이 미술관을 둘러보다가 불쑥 뱉어낸 말이다.

 미술관은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리모델링이라는 말을 빌었지만 천정에 남아있던 구조물을 벗겨내고 목욕탕의 흔적을 이용한 전시공간이다. 벽면과 천정, 벽에는 오래된 타일들이 남아있다.

 더러는 타일을 떼어내고 거친 콘크리트 속살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김이 무럭무럭 김이 올라오던 목욕탕은 없지만, 시선을 천정으로 돌리면 옛모습 그대로인 곳이 있다. 물소리와 아이들이 첨벙거리는 소리만 사라졌을 뿐이다.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미술관이다.

 다른 미술관처럼 정돈되고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곳만을 생각하다가 조금 생경한 풍경에 조금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관람객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한참 동안 작품을 감상하다가 궁금증이 해소되었는지 발길을 돌려 전시관을 나서는 여행객에게 이당미술관은 색다른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다.

 미술관은 군산의 구도심인 해망동 해안변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아직도 그들이 살던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군산시가 구도심활성화를 위해 정비를 해놓아 군산을 찾은 여행객의 발길이 많은 관광명소로 탈바꿈 되었다.

 조명이 없고 작품이 없다면 미술관은 창고일 뿐이다. 이런 곳에 생명의 불씨를 불어넣게 된 것은 팔순을 넘긴 정봉화 관장의 남다른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미니멀한 삶이 좋아’ 그의 말대로 미니멀한 삶을 미술관이란 공간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벌거벗었다기보다는 원초적인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예술이란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이미지는 지울 수가 없다.

 구도심의 공동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만해도 여러 가지 해법을 놓고 많은 토론을 했을 것이다. 모두 헐어버리고 개발을 하자는 여론도 있을 것이고 역사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보존개발을 하자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해망동은 후미지고 빛바랜 일본식 건물에 비릿내만 물씬한 가난한 동네에 불과했던 곳이 따뜻한 온기로 다시 되살아났다. 이당미술관이 여기에 있어야 할 이유를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시대는 변하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들이 스스로에게 강요 될 때가 있다. 삶이란 고정관념의 산물이라는 말이 실감날 때가 많다. 필자는 눈에 비친 해망동의 구도심풍경과 이당미술관을 통해 버려진 폐자원을 이용하는 정크아트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았다.

 글 = 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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