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 넣은 예술의 힘
버려진 공간에 숨을 불어 넣은 예술의 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3.2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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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팔복예술공장 개관 행사
▲ 팔복예술공장 개관식이 24일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실시된 가운데 시민과 학생들이 내부를 관람 하고 있다./김얼기자
 산업단지 한복판에 예술과 더불어 삶을 토닥이는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버려진 공간과 사물을 재발견하고 재창조하기 시작한 예술가들의 손길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팔복동. 수많은 공장의 분진과 먼지, 소음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호소했던 주민들 또한 이러한 변화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전주시와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정정숙)은 23일 오후 2시 팔복예술공장에서 개관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김승수 전주시장, 송상준 전주시의회 부의장, 임환 전북도민일보 사장, 조현중 국립무형유산원 원장, 정동영 국회의원 부인 민혜경 여사,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원, 심재기 전주예총 회장, 고양곤 전주민예총 회장, 한창수 팔복초등학교 교장과 학생들, 팔복동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시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지원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5억원을 포함한 총 50억원을 들여 조성한 공간이다.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다가 문을 닫고 20여 년간 방치돼 있었던 공장이 예술의 힘을 통해 새롭게 변화한 것이다.

 김승수 시장은 “지난 50여 년 동안 전주의 많은 공장이 밀집돼 가장 낙후되고 힘들었던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자는 의미로 팔복예술공장이 만들어지게 됐고, 첫 싹을 틔우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면서 “예술공장뿐 아니라 팔복동 전체를 예술공단으로 만들어 갈 것이며, 더 나아가 종합경기장에서 출발해 전주법원, 소리문화의전당, 동물원까지 아우르는 뮤지엄밸리를 꿈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Transform[ ]: 전환하다’를 주제로 한 개관특별전에서는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 참여작가를 포함해 총 26팀(명)의 작품이 공개됐다.

 드넓은 부지와 공간에서는 구석구석 이색적인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전시는 ‘다시 생각하다(re·mind)’ ‘재창조하다(re·create)’‘재발견하다(re·discover)’‘혁신하다(re·generate)’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관객과 소통했다.

 참여 작가들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부터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의식, 환경에 대한 관심, 폭력과 부조리 등 불편한 경험, 팔복예술공장이 새로운 문화체험의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기대의 목소리까지 작품 속에 투영했다.

 박은주 작가의 ‘둥글게 가게’에는 옷과 책, 수첩, 사진 등 다양한 물건과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팔복동에 작은 가게를 열고 사용하지 않는 깨끗한 물건을 가져와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거나 기증받아 감사하게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한 바 있는데, 그동안의 추억을 한데 모아 선보였다.

한정무 작가는 수명을 다해 폐기된 가스통을 매달아 밖으로 소리가 울리도록 장치한 ‘Rebirth(보통 종교적 의미의 부활, 또는 거듭남을 뜻함)’을 선보였다. 마치 교회의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한 소리는 카세트 테이프 공장이었던 팔복예술공장의 과거의 역사와 오버랩되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팔복예술공장의 ‘창작예술학교 AA’에 참여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과 창작·Cell스튜디오에 입주해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들어낸 여러 풍경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정진용 작가는 “팔복예술공장과 같은 공간은 스팟의 역사성도 중요할 뿐 아니라, 공간을 해석하면서 맞춰가는 작가의 개성과 능력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면서 “파괴적이면서도 노동집약적인 공간의 느낌을 살린 구조가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관 특별전은 5월 7일까지(월요일 휴관) 계속된다. 전시관람은 오전 10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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