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에 대한 기대와 우려
미투(Me Too)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유길종
  • 승인 2018.03.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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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한국판 미투(Me Too)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현직 검사 서지현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추행 피해사실을 폭로한 후 성추행 또는 성폭력 피해사실의 폭로가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와 교육계, 정치권까지 강타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출연 작품에서 하차 당하고, 그들의 작품은 교과서에서도 퇴출된다고 한다. 형사처벌도 진행 중이다. 그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추락은 압권이다.

 충격의 강도만큼 미투 운동에 거는 기대도 크다.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중심의 성문화와 강압적인 갑을문화를 깨부수고 우리 사회가 인간존중 사회로 진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약자를 파고드는 권력의 남용, 개인에 대한 폭력적 권력행사가 더 이상 횡행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추접한 짓거리들은 더 이상 그냥 넘어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

 미투 운동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 역시 상당하다. 성폭행 폭로가 모두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되는 우려이다. 그동안 이어진 성폭행 폭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해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강제추행 의혹이 제기된 교수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살하기도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그 진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온갖 돌팔매가 쏟아진다.

 진위를 냉정하게 가려야 한다는 주장조차 2차 피해 운운하는 비난이 가해진다.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과 무관한 피해자의 신상공개,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 관련 사실적시 등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긴 재판을 거쳐 억울함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을 두고 2차 피해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것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치루는 대가도 이에 못지않다. 성폭행범으로 비난하고 처벌하기 이전에 그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그 진상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밝혀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반문명적인 적폐이다. 폭로된 사안 중 상당수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법적 다툼도 예정되어 있다.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언론이나 여론에 의한 재판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폭로를 진실로 단정한 채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다. 재판도 필요 없다.

 이러한 비이성적 마녀사냥식의 여론재판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며, 재판 과정에서도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이는 누가 선물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피를 흘려 전제군주체제를 무너뜨리면서 확보한 권리이다.

 우리나라의 법원은 아직도 너무 유죄추정적이고, 성범죄사건에 관하여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폭력사건의 변호를 맡아 수행할 때마다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무시되고, 피해자가 당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아무리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유죄로 인정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렇게 재판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규명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아무리 미투 운동의 방향이 옳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발자의 주장은 모두 진실로 단정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성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반문명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미투 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성과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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