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순간’ 연명의료결정제도 체험기
‘삶의 마지막 순간’ 연명의료결정제도 체험기
  • 김철민 기자
  • 승인 2018.03.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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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전주시보건소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방법과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김얼 기자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본보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등록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해 신청 절차를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기자는 사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하고 신청을 받는 전주시 보건소 최승규 주무관과 연락을 통해 약속을 잡았다.

 20일 오전 10시 전주시 보건소 1층 상담실.

 최 주무관과 만난 기자는 무겁고 엄숙한 마음으로 상담실 안으로 들어섰다.

 가벼운 인사와 약간의 대화를 통해 무겁고 엄숙했던 마음은 조금씩 풀려갔다.

 이에 최 주무관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신청하신 분들이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고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온 거라 그렇게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 책자를 받으며 본격적인 신청이 시작됐다.

 처음 나오는 성명 란에 기자의 이름을 쓰는 순간 떨리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단지 서류 한 장을 작성하는 일이고 당장 이 서류로 인해 바뀌는 것이 없음에도 왠지 모를 긴장감이 유지됐다.

 기자의 긴장감을 눈치 챈 최 주무관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전에 괜찮던 분들도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긴장한다”며 “심한 분은 손을 떠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명의료의 시행방법 및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사항’부터 ‘등록기관의 폐업·휴업 및 지정 취소에 따른 기록의 이관에 관한 사항’까지 6가지 설명사항을 들으면서 빈칸을 채워 나갔다.

 마지막으로 작성일과 작성자 서명에 사인을 하고 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신청이 모두 끝난다.

 단 1장의 서류를 작성한 것뿐인데 삶에 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기자가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보건복지부에 등록하고 나면 신청이 완료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오게 된다.

 최 주무관은 “상담을 할 때나 신청을 할 때 꼭 하는 말은 가족·지인이 아닌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만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본인의 의지로 온 분들은 이런 제도가 왜 이제 생겼냐며 좋은 제도라고 말을 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꼭 온다고 해서 신청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담만 하고 가도 되니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명의료결정제도는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분증을 가지고 전주시 보건소 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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