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살해 후 유기, 환경미화원 현장검증
동료 살해 후 유기, 환경미화원 현장검증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3.21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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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환경미화원인 동료를 살해한 이모씨(50)의 현장검증 중 쓰레기차에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김얼 기자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소각시킨 환경미화원 이모(50)씨의 현장검증이 21일 전주시 한 원룸 앞에서 실시됐다.

 이날 오후 1시 39분께 사건이 발생한 원룸 앞에선 20여명의 경찰이 우비를 쓴 채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씨를 태운 호송차량이 현장에 도착했고 빨간 점퍼를 입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이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이씨는 5평 남짓한 원룸에서 자신이 벌였던 범행을 묵묵히 재연했다.

 직장 동료 A(59)씨와 술을 먹다 다툼을 벌인 이씨는 그대로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대형 쓰레기봉투에 사체를 담았다. 일반 쓰레기처럼 보이기 위해 시신을 옷과 이불을 같이 넣어 테이프로 감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원룸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쓰레기봉투를 실었다.

 현장검증이 이뤄지는 현장에는 경찰 이외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현장 검증 모습을 지켜봤다.

 피의자 이씨와 같은 원룸에 거주하는 조모(23)씨 현장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조씨는 “사건이 발생한 작년 4월부터 같은 원룸에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내가 거주하는 방 밑이 피의자 이씨의 원룸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곳 바로 위에서 1년간 생활한 셈이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가족과 상의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원룸에 사는 다른 주민도 비슷한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원룸 현장검증이 끝나고 이씨가 호송차에 탈 무렵 숨진 A씨 동료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이씨의 이름을 부르며 큰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 남성은 현장검증 처음부터 지켜보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고 현장을 뒤로한 채 이씨를 태운 호송차량은 5km 떨어진 중인동 한 도로로 향했다.

 이곳에 내린 이씨는 사체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쓰레기 더미 안쪽으로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후 준비된 쓰레기 수거차량에 이씨는 A씨의 사체를 실었다.

 시신을 버리는 A씨에게 취재진들이 질문 공세를 펼쳤다. 시신 훼손에 대해 묻자 A씨는 “아닙니다”고 답했다. 계획 범행이냐라는 질문에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씨는 호송차량에 다시 올라탔고 이날 1시간가량 이어진 현장 검증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마무리 조사를 하고 조만간 검찰에 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구청에서 나온 A씨 휴직 수당도 가로챈 사실을 파악했다”며 “채무관계로 인한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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