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래 서서
별 아래 서서
  • 채영
  • 승인 2018.03.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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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광활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인간은 우주의 비밀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한 우리는 인류가 이룩한 우주에 관한 지적 탐구의 결과물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어릴 적 누구나 갖고 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대학입시와 씨름하는 사이 그리고 일상의 피곤함에 젖어 하늘을 감상할 여유를 잃게 되면서 사라져 간다. 오염된 대기는 하늘에 빛나는 별과 우리 사이를 점점 더 가로막는다. 과학 기술은 지구문명을 우주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게 만들지만 어쩌면 일상에서 우주는 별자리 운세를 뒤적이던 활자시대의 추억이나 낭만의 대상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두산갤러리에서 진행된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획전시는 잊힐지도 모를 별에 대한 그리고 우주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잠시나마 미술의 언어 안에서 환기시켰다. 슈퍼블루문과 같은 특별한 개기월식 현상에나 밤하늘에 관심을 갖는 오늘날 컴퓨터 그래픽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우주 혹은 밤하늘의 모습을 구현한다. 그래서 뿌연 하늘을 직접 보는 것보단 전문가들이 촬영하고 제작한 고화질의 이미지들을 인터넷 검색의 결과로 보는 것이 우리에게 더 실감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134억 광년 거리의 별을 관측할 수 있고 영화산업은 마치 실제인양 우주를 영화의 배경으로 만들어내지만 우리의 일상이 실제로 얼마나 ‘별 볼 일’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전시는 신진기획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을 끝낸 3명의 기획자(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이 5명의 참여작가(강동주, 김윤철, 박민하, 양유연, 전명은)의 작품들로 기획하였다. 전시에서 별 혹은 우주는 작가의 직접적인 사유와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일상에서 마주친 감각들로 제시되기도 한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익숙한 하늘의 풍경들이 작가에 의해 관찰되어 평면에 옮겨져 있다. 그 옆에는 우주의 오묘한 빛과 반짝거림 같은 장면을 마주한 주변일상의 어느 순간들이 작가에게 발견되어 담겨있다. 다른 한쪽에는 우주를 향한 지구문명의 갈망을 담은 영상 작업과 빛과 물질들을 다루는 실험 기구를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들 그리고 관측 기기 등을 담은 사진 작품들이 우주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구와 시각적 열망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신화나 종교, 철학에 영감을 불어넣어 온 이 신비로운 우주와 별들에 대한 감각들이 우리의 삶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학문과 과학기술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주 원리에 대한 지적 탐구들과 우주를 향한 우리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전시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물론 미술이 과학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현대과학의 빠른 속도 위에서 우주를 향한 우리의 감각과 낭만의 균형을 잡아줄 수는 있다.

 /=채영(공간시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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