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행복
노년의 행복
  • 김동수
  • 승인 2018.03.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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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인생을 잘 설계하고 준비하면 풍요로운 노년기가 될 수 있지만, 준비에 소홀하다 보면 소외와 고독의 재앙기가 될 수도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가 한국이고 산업 현장에 취업한 노년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도 한국이다. 이러한 현실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는 노년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60세를 기점으로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보기도 한다. 전반기에는 직장과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의 길을 걷다가, 정년퇴직 후 노년기에 이르게 되면 전공과 재교육을 통해 젊은 날에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 나가기도 한다.

  우리의 일생을 흔히 사계절에 견주어 보기도 한다. 0~30세까지를 인생의 봄, 31~60세 여름, 61~85세 가을, 그리고 86~100세까지를 겨울로 보면서, 인생의 봄에는 초·중·고 대학과 군대, 취업, 결혼이 있고, 혈기 왕성한 여름에는 자녀교육과 집 장만 등 가세 확장에 진력하다가 자녀를 다 키우고 난 가을에 이르게 되면 보람과 성취의 인생 황금기를 누리면서 노년의 겨울을 맞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UN이 재정립한 평생 연령 기준이 발표되었다. 0~17세를 미성년자, 18~65세를 청년, 66~79세까지를 중년, 80~99세를 노년 그리고 100세 이후를 장수 노인으로 분류해 놓았다. 그러고 보면 이제까지 노년이라 여겨 위축됐던 내 나이도 노년이 아니라 ‘중년’에 해당한다 하니 그동안 처져 있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눈에 생기가 돈다.

  어떤 이는 노년의 행복 조건을, 우스갯소리로, 남자는 돈과 마누라가 있어야 하고, 여자는 남편이 없어야 행복하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적으로 좀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운 노년기를 보내려면,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강과 재물, 그리고 일거리와 취미생활, 이 네 가지가 필수 요건이 아닌가 한다.

  먼저, 건강이다. 건강이 곧 재산이다. 그러기에 이 시기가 되면 돈 벌기보다 건강 벌기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돈 벌기보다 어려운 게 건강 벌기이다. 면역력이 약해지고 몸이 굳어져 조그만 방심해도 금시 탈이 나기 때문이다. 밥 먹듯이 꾸준히 몸 관리를 하여야 한다.

  둘째, 재산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無恒産, 無恒心)는 말이나 의식이 족한 연후에야 예절을 지키게 된다는 옛말 의식족이지례절(衣食足而知禮節)도 그것이다.

  셋째,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큰 일거리든 작은 일거리이든 과거를 자랑 말고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보약이 따로 없다.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보약이다.

  넷째, 취미생활이다. 늙어 취미 생활이 없으면 외롭고 무력해진다. 친구들과 어울려 쉬지 말고 계속 일하면서 즐겨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세상의 모든 상(賞)은 뒤에 있다. 각종 시상식에서 수여되는 대상(大賞)이 뒤에 있듯, 한 인간의 대상(大賞)도 노년에 가서 꽃을 피우게 된다. 세계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경의 말마따나 인생의 끝은 죽음이기에 세상이 무너지는 시련이 닥쳐와도 마침표(.)만은 찍지 말고 쉼표(,)를 찍어 가며 살자고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Never, never, never, never give up!)며 ‘never’를 네 번이나 외쳐대던 옥스퍼드대에서의 명연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전반기 인생을 성찰하고 후반기 인생을 설계해 보자.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생의 2막을 설계해 보자. 탐욕스럽고 고집불통의 노인이 아니라 베풀고,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상냥한 노인의 모습으로 나머지 생을 장식해 보자. 물이 물길 트는 대로 흐르듯, 우리도 우리의 후반기 생을 어디로 흐르게 할지? 가던 길을 멈추고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성(聖)스런 노년의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김동수<미당문학회장> 

 약력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 ▲KBS전주방송총국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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