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이념의 잣대로 편 가르지 마라
교육감 선거, 이념의 잣대로 편 가르지 마라
  • 김창곤
  • 승인 2018.03.2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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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제의 발상인 고대 아테네는 민주제로 망했다. BC 406년 스파르타를 격퇴한 해군 지휘부를 아테네 민회는 표결로 재판했다. 부서진 전함 잔해에 매달린 1,000여 아군 구조와 시신 수습에 소홀했다는 죄목이었다. 지휘부 장군 8명은 현장 수습을 퇴역 군인들에게 맡기고 패잔 함대를 추격했으나 때마침 몰아친 폭풍은 그마저 가로막았다.

 여론이 승전의 환호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재판이 열리자 장군 2명이 망명했다. 증인은 희생자 유언을 전하며 “장군들이 조국을 가장 잘 섬긴 자들을 구조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고함이 법정을 압도했다. 소크라테스만이 피고인을 한 사람씩 재판하고 변호 기회를 주자고 주장했다(그는 순번으로 평생 한 번 그해 공직을 맡았고 재판 운영에 추첨으로 참여했다). 민회는 유죄냐 무죄냐만을 물었다. 단 한 번의 표결로 장군 6명 모두 처형됐다.

 스파르타는 해군을 복구, 이듬해 재침해왔다. 지휘부가 제거된 아테네 해군은 참패했다. 아군포로 3,000여명이 처형됐다는 급보에 아테네의 밤은 통곡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성벽 안에서 굶주리다가 BC 404년 3월 스파르타에 굴복했다. 괴뢰 정부의 보복과 공포 정치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아테네 해양제국은 재기하지 못했다. 참회하는 아테네에 역사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았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은 민주정의 이면(裏面)이다. 일방 선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600만 유태인 학살이 나치만의 범행은 아니었다. 1차 세계대전 처리에 대한 울분, 경제공황과 사회분열에 따른 절망이 게르만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서구식 자유와 물질문명이 게르만 영혼을 더럽혔고 그 배후가 유태인이라는 반유태주의가 휩쓸었다. 학생단체부터 유태인을 내쫓았다. 1932년 총선에서 공산당 후보 500명 중 유태인은 없었다. 히틀러 집권 전이었다.

 포퓰리즘은 빵만으로 힘을 못쓴다. 선과 악, 빼앗긴 자와 가진 자, 정의와 불의라는 이분법이 굿판에 오른다. 정의는 독선과 통한다. 이념은 단칼에 편을 가른다. 저주가 절박하고 구호가 간명할수록 대중의 이성은 쉽게 마비된다. 히틀러는 민족주의 격정을 모아 표로 집권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에선 교육감 후보들부터 경쟁 대오를 갖췄다. 현 교육감까지 7인이 출마를 선언, 뜨겁게 경합하고 있다. 네거리 한 건물에 나란히 내걸린 두 후보 현수막이 처절하다. 신문은 후보 동정을 매일 싣지만, 시민들은 현실이 팍팍할 뿐이다.

 지역 교육수장을 직선제로 뽑는 선진국은 드물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36곳에서 교육위원회나 주지사가 임명한다. 영국은 지방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선임한다. 일본에선 지자체장이 임명한 교육위원 중 낙점된다. 독일과 북유럽도 지방정부가 교육을 책임진다.

 교육은 경제처럼 깊은 경험, 넓은 식견을 요구한다.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땀 흘려야 성취한다’는 수칙을 가르치는 게 기본이다. 열린 사회 예비시민으로 인내와 배려, 양보도 익히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때론 이를 악물고 경쟁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교육감 선거에서 그나마 정당 공천이 배제된 것은 교육이 정치와 이념의 전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전북 교육은 ‘독선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많은 논란과 걱정을 불러왔다. 현 교육감은 대기업이 소외계층 자녀에게 주는 과외공부 기회를 빼앗으면서 그 기업에 취직시키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 기업의 급선무는 그 기업 때문에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기업 노트북을 쓰고 있었다.

 채플린이 1940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는 히틀러에 대한 조롱으로 일관된다. 독재자는 라스트 신에서 명연설을 남긴다. “우리가 받는 고통은 진보를 두려워하는 자들의 최후 발악일 뿐이다. 민중이여 싸우자”는 선동이었다. 전북의 교육을 세우려면 보수와 진보, 그 이념의 잣대로 편을 가르는 교육감 선거부터 추방해야 한다.

 김창곤<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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