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미술관 현상
오늘날의 미술관 현상
  • 김은영
  • 승인 2018.03.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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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공공 성격의 미술문화기관들이 국립과 공·사립미술관, 아트센터, 역사·산업유산을 재생한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매년 수십 곳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 이런 곳을 자주 방문해본 사람들이라면 문화예술 현장을 관통하는 큰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 변화의 요체는 미술관의 추세가 이용자의 변화된 문화체험 행태에 주목해서 과거 전시실에 집중된 미술 교육과 감상, 미적체험을 넘어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여가를 즐기는 가운데 배움과 개별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는 21세기를 전후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2014년 서울 도심 한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한 이래로 큰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문화소비의 주된 특징은 기층적이고 대중적인 문화가 미술관과 같은 전통적으로 엘리트적이고 공공적인 문화기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각기 구분되고 독립된 문화기관을 찾기보다는 공식· 비공식적 요소가 결합한 다양한 문화요소를 경험하려는 새로운 경향이다. 따라서 미술관 환경에도 분명한 흐름을 가져왔는데 즉, 소장품과 전시에만 초점을 두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미술관에서의 여가, 사교, 참여와 체험활동 측면에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문화적 체험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과거의 미술관 방문은 미적, 시각적, 교육적 측면에서 평가되었지만, 오늘날은 문화체험이라는 것이 감성적이고 지적인 면 뿐만 아니라 강한 감각과 지각을 수반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활동이 된다. 이는 수동적으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반응을 유발하는 활동, 또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

 미술관이 미래적 뮤지엄을 지향한다면 배우면서 여가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어야 하며, 돌아다니며 엄청난 전시품을 둘러보아야 하는 수고에 휴식을 제공해주는 하이브리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관람자는 평균 1시간을 머무르면서 전시관람, 아트샵과 교육 문화프로그램 참여, 카페, 행사 등의 여가문화 소비에도 비슷한 비중으로 미술관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미술관의 로비와 전시실, 교육실, 정보자료실, 다목적홀, 야외정원 등의 다양한 크고 작은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오늘날의 미술과 사회가 만나고 미술전시와 해석, 정보서비스와 학술연구가 그 외연을 극적으로 확장하게 된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시·도립미술관들이 사회문화교육기관으로서 창의성과 공공성, 소통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 다양한 연령과 요구를 지닌 대상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 단계에 따른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으로 문화예술 경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문화행사를 일상화하여 전국적인‘문화가 있는날’시행이며, 직장인을 위한 저녁 강좌와 사교 이벤트, 계기성 페스티벌, 클래식·대중음악공연 등으로 문화예술 접근기회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강당에서뿐만 아니라 전시장 통로와 로비 한켠에서, 옥외 마당 곳곳에서도 제공된다. 관람객의 미술관 체험은 전시, 교육 등의 제한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기존형식을 넘어서는 융복합예술 형식으로 미술관 공간 전반에 걸쳐 일어난다.

 과거보다 미술관을 통한 문화예술체험이 폭넓고 다변화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사회에서 공공미술관과 미술을 향유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담론의 확산일 것이다. 과거의 미술관이 유물과 유산 같은 면에서 중요하게 얘기되었다면 현재는 인종과 문화가 교류하는 세계화 시대의 혼성적 가치를 확산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로서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미술관은 예술가와 일반 대중이 만나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장을 열어주고, 예술이 이 세상과 우리의 삶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미술관 현상과 그 기저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이 미술관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그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안에서 보다 세심하고 풍성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김은영<전북도립미술관 관장> 

 약력 ▲ 한미사진 미술관 기획실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예술기획) 겸임교수 ▲한국큐레이터협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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