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공립예술단들의 이같은 행태는 재정이나 인력 여건이 더 열악한 도내 민간예술단체들이 이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는 전국 소외지역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 지역 공립예술단의 참여는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한문연은 당초 국립예술단체로부터만 공급받던 우수 프로그램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립예술단까지 넓혀 프로그램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전북 지역에서는 정읍시립국악단의 작품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도내 공립예술단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사업 참여를 외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내 대부분의 공립예술단들이 매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1회성 발표로만 끝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19일 지역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올해 연합회에서 추진하는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국공립예술단체와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 유지 문예회관 선정 및 지원금 배정 결과 발표가 최근 마무리 됐다.
그 중에서 국공립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에 전북 지역에서는 정읍시립국악단의 가족창극 ‘쪽빛황혼’이 유일하게 선정돼 진도향토문화회관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는 전북지역의 민간예술단체의 경우 호남오페라단을 비롯해 문화포럼 나니레, 한옥마을사람들 등 총 3곳이나 선정된 것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민간예술단체와 비교해 제작환경 등이 비교적 나은 공립예술단의 저조하기만 한 참여 실적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내 공립예술단이 1회성으로만 끝나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머물러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작 공연시장에 내놓을만한 공연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전북도립국악원을 예로 든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으로 성장해야할텐데, 도민에게 서비스만 하면 된다는 협소한 시각으로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보여진다”면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예술단으로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공연을 시장에 내놓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내 공립예술단들의 관심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선 작품의 퀄리티의 문제,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단장의 마인드에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민간의 영역과 달리 공립예술단체들의 경우는 끊임없이 공적자금이 수혈되니 작품제작비를 회수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않기에 어쩌면 귀찮을 수 있는 사업은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상록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은 “올해 소화할 공연일정과 전북지역에서 전국체전 등 매머드급 행사 등이 예정돼 있어 예술단의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검토는 했으나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우선 창극이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참여하는데 적합한 장르라고 보고 내년 사업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문연이 추진하는 우수공연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공연이 규모나 내용면에서 자연스럽게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우리 지역의 예술단과 지역색을 살린 의미있는 작품을 알릴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는 셈. 도내 공립예술단에서 그동안 제작한 공연에 대한 재검토는 물론, 향후 제작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설계부터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