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자연 속으로 확장
무대를 자연 속으로 확장
  • 강명선
  • 승인 2018.03.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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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선 현대무용단> 창단 20주년을 준비하며 저는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용이 신체의 움직임을 매개체로 무용수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장르의 예술보다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저에게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의 춤이 언제까지나 극장 속의 한정된 관객들과의 교감만으로 그 성과와 명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춤이 스스로의 자유로움을 가두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무용계는 무대라는 한정되고 협소한 공간의 틀 속에서 무대미술과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주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관객들 역시 무용의 기본 틀을 제한하면서 무대의 이미지와 상상력만으로 그 범주를 국한시켰고 자연히 무대 미술과 음악 및 의상 등은 상징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제한된 요소 등에 의해서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을 축소시키고 왜곡시켰던 것은 우리 무용인들 자신이 아니었나 반문해 봅니다. 생각해보면 무대 속의 그 어떤 조명도 아름답게 지는 석양(夕陽)과 노을을 재현할 수 없고, 휘몰아치는 바람, 도시의 불야성과 빌딩 숲을 그 어떤 무대 장치로도 흉내낼 수 없음을 상기해 봅니다.

 저는 많은 시간 동안 아름다운 자연과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마천루를 바라보면서 그 속에서 새롭게 창작의 욕구를 펼쳐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신체와 열려 있는 모든 공간들이 예술적으로 하나되어 또 다른 미적 아름다움과 창작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흔히 무용을 일컬어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신체를 표현매체로 무대라는 빈 공간에 찰나의 시간들을 쌓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창조적이며 아름답지만 연기처럼 사라지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그 견고함에 대해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답의 끝에는 무용이라는 독립된 예술 장르가 이제는 다시 한 번 그 벽을 무너뜨리고 인접예술과의 끝없는 실험과 만남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강명선 현대무용단> 창단 20주년과 긴 여정을 목표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그 아쉬움의 답을 자연 속에서 무대를 만들고 살아있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아내어 전시공간에 자연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시간예술의 아쉬움을 영상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켜보며 또 다른 작업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공간의 변화가 주는 무안함의 매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 = 강명선(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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