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꼬 트는 전북 연극계
변화의 물꼬 트는 전북 연극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3.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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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의 폭넓은 자성과 동참 촉구에 한 목소리
 ‘미 투(Me too)’운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나 뼈아픈 성찰을 통해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전북 연극계의 모습에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 내에 독립적인 기구로 전북연극인 Me Too With You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에는 응원의 박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북연극협회가 ‘미 투’운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진상조사와 실질조사 분과로 나눠 자정노력을 해나가고 있는 이 움직임이 어떠한 모습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성폭력 문제를 넘어 그동안 문화예술계에 내성화된 부당하고 적법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바로잡겠다는 이들의 선언만으로도 지역 문화예술계에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13일 지역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전북 연극계가 ‘미 투’운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나, 보름여 간 뼈아픈 성찰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 투’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든지 직접적인 표현들은 부족해 보이지만, 문화예술계 안에서도 의식이나 인식이 바뀌는 분위기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미 투’가 언제, 어떤 형태로 마무리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미 투’가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아쉬운점이 있다면 소위 기득권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문화예술계의 중진 이상이나 관련학과 교수, 예술단의 책임자 등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면서 “이를 테면, 수사결과와 무관하게 관련학과 보직 교수들이라면 ‘미 투’운동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최소한의 제스쳐 등이 나와야 했을 텐데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전북예총이나 전북민예총, 작가회의, 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예술계의 대표 조직과 단체에서 그 흔한 성명서나 입장문조차 나오지 않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문화재단의 경우는 지난달 27일 현안으로 떠오른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재단의 입장문을 발빠르게 내놓았다.

 동시에 부산문화재단 예술인복지지원센터에서 진행 예정인 ‘예술인 실태조사 및 예술인 복지 만족도 조사’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조사도 추가해 피해 사례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청년 문화예술인은 “문제는 ‘미 투’운동 이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 투’운동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기 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이 같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 활동가 역시도 “문화예술계에 문화인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사실상 실력이나 경력을 검증받기 보다는 대부분 인맥에 기대 있는 구조이다보니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형편이다”면서 “누군가를 향한 줄서기가 되고, 사단화가 되어가 성폭력의 문제 뿐 아니라 인건비 착취 등의 부당한 일을 겪어도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실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 투’운동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할지라도 보다 폭 넓은 시각으로 문화예술계를 진단하는 한편, 문화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관계기관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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