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신생아 중환자실, 중증 외상센터 같은 시설은 이미 병원 내에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일 수밖에 없는 수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같은 경우 당연히 고도로 숙련된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가 일반 병동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고, 감염관리 등을 위해 시스템도 더 많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대병원뿐만 아니라 대부분 병원들이 신생아실이나 중환자실 운영에 만성적 적자를 안고 있어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도 없을 정도의 인적, 물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는 근본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이번 문제가 된 지질영양제 같은 경우 고가이며 적응증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어 처방해도 툭하면 과잉진료로 삭감되기 일 수라고 한다. 특히 멸균 포장단위로 한명에게 전부 투여되는 성인과 달리 신생아에게는 필요 열량이 적어 일부만 투여하게 되는데 쓰고 남은 주사제를 그대로 버릴 경우 수가를 보존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분 조제하여 여러 명에게 투여하게 되는데 결국 이 과정에서 오염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고 이점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처럼 의료에서는 효율성, 가성비보다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깝게 버려지는 것이 너무도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수가는 이러한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 음성이 나오는 열 번의 검사를 해도 한 명의 암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임상 의사들은 판단하여 열 번의 검사를 반복하지만, 건강보험처럼 비용을 지불하는 입장은 이를 과잉진료로 받아들이고 통제하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의료현장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소위 간호사들의 영혼까지 태운다는 ‘태움’문화에 괴로워하던 모 대형병원의 신입 간호사의 자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일이 있었다. 이 문제도 단순히 못된 선배들의 후배 괴롭히기로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본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손 씻기’소홀 같은 작은 실수가 귀중한 생명을 놓칠 수도 있는, 막중한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의 만성적 인력부족과 낮은 인건비, 처우 등이 문제가 된 건 사실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간호사 특유의 ‘태움’ 문화를 만든 진짜 원인이 결국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을 만든 현행 건강보험수가제도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현 정부의 새로운 의료정책인 ‘문케어’에 대해 많은 의료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여 더 많은 보험혜택을 주겠다는 좋은 정책을 왜 의료인들은 반대하는 것일까? 이유는 지금도 원가보다 못한 수가로 인해, 이번 신생아 사건처럼 의료가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정 수가의 개선이 없이 혜택만 늘리게 되면 더욱 이런 모순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막대한 재정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번 신생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시없도록 만들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적정수가, 적정진료’라는 단순한 원칙을 하루빨리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