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연극계에 또?” 미투 증언 또 나와
“전북 연극계에 또?” 미투 증언 또 나와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3.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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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 미투 기자회견이 6일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실시된 가운데 피해자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김얼 기자
 전북지역 연극계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도내에서 연극활동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배우의 고백이 또 나왔다.

 전주연극협회 소속이라고 밝힌 연극배우 A(여)씨는 6일 오후 전주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전주의 한 극단 대표 B씨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어렵게 털어놨다.

 A씨는 “지난 2012년 12월 5일 극단 대표 B씨와 밤늦게 술자리를 갖게 됐다”며 “당시 다른 선배도 자리에 있었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극단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술자리가 끝난 뒤 B씨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며 택시를 탔다”면서 “집 앞에 도착하니 술 한잔 더 하자고 손목을 막무가내로 잡고 끌어 당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수차례에 걸쳐 완강히 거부했지만 B씨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던 A씨는 집 앞에 다다라서 겨우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자”면서 다시 택시를 잡았고 도착한 곳은 모텔이었다.

 A씨는 “집요한 설득에 모텔에 들어갔고 신세 한탄을 하더니 갑자기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뿌리치고 뿌리치면서 저항했지만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는 처음부터 성폭행할 생각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후 A씨는 자신이 준비하던 공연도 포기한 채 극단을 뛰쳐나왔다.

 A씨에게 돌아온건 책임감이 없다는 동료의 비난과 배신자라는 ‘주홍글씨’었다.

 A씨는 “살기 위해 도망쳐야만 했다. 당시 어떠한 비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자해를 시작했고 지난 5년간 자책한 상처가 손목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깨어 있는 게 괴로워 술에 의존하면서 살기도 했다”고 복받친 감정으로 말했다.

 그는 이어 “할 수만 있다면 B씨를 경찰에 고소하고 싶다. 더불어 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공개적으로 원한다”고 덧붙였다.

 오늘 같은 자리를 준비한 이유에 A씨는 “B씨가 후배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소문을 묻고 결백을 주장하고 다닌다는 행각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반성도 없고 또 다른 명패를 얻으려 다가가고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향하던 분노를 B씨에게 되돌려주고 싶다”며 “B씨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병원기록 등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B씨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B씨는 “A씨에게 미안하다. 이전에도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만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렸다. 공개적인 사과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아울러 현재 몸담고 있는 극단 대표직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해명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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