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역사관 건립과 교육적 가치
학교역사관 건립과 교육적 가치
  • 국방호
  • 승인 2018.03.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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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3·1절 기념식을 옛 서대문 형무소에서 거행한 후 독립문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거리행진을 진행하였다. 국가적인 행사를 어디에서 어떻게 갖는가는 국민들에게 역사적인 의미를 일깨워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독립투사들이 잔혹한 고문과 옥고를 치르고 우리가 독립국임을 만방에 알린 장소에서 의식을 치른 것은 자칫 잊기 쉬운 젊은 세대들에게 조상의 얼과 국가관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다. 그래서 화려한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있어도 고색창연한 옛 형무소를 소중하게 보존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본교는 지난 2월 학교역사관 개관식을 가졌다. 학교도 도시의 발전에 따라 몇 차례 이전을 하거나 새로운 건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일수록 발전과정에서 학교이전과 재단의 변경에 따라 귀중한 자료가 소실되기도 하고 역사가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본교도 세 차례에 걸친 캠퍼스 이전으로 같은 경험을 하면서 직원과 동문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매년 도교육청은 역사관 건립을 위한 공모를 실시하는데 한 번 탈락하고 두 번째에 42평(138 ㎡)의 공간을 마련하고 비용 3,000만원은 교육청에서, 3,500만원은 동문 후원, 나머지를 자체에서 조달하는 조건으로 선정되었다. 3월 10명의 준비위원회를 구성 이미 조성된 몇 학교를 참고삼아 실내장식과 동영상 업체를 선정하고 9개 구역으로 나누어 연구부장이 총괄하며 구역별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대부분의 역사관이나 박물관은 많은 공간을 역사적인 유물을 전시에 할애하는데 비해 본교는 전체적인 구성을 시, 공간적 흐름에 따라 설립배경을 통한 교육이념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전주의 발전과 역사적인 괘를 연계하며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전시 대신에 디지털 제작으로 공간구성을 최소화하였으며 특히 미학적 관점을 고려하여 전통 태극문양으로 직선과 곡선을 적절히 배합 공감미를 살리면서 조명의 채도를 최대한 살렸다.

  1구역인 입구는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달지 않고 현판은 성경말씀으로 대신했으며, 2구역은 60년 전통을 이어온 학교의 비전, 목표, 교육방침, 교훈 및 교가와 상징탑으로 구성했다. 3구역은 설립과정과 발전상황을, 4구역은 학교를 전주시와 연계하여 일제강점기의 전주의 모습에서 현재 혁신도시에 이르는 전주의 모습과 그 속에서 학교의 변화과정을 그려냈다.

  5구역은 전시공간으로 앨범, 학보, 교지, 사진 등 희귀한 자료를 대표적으로 전시하고 6구역에서는 3번에 걸친 교사 이전과 증축과정을, 7구역에서는 설립에서 오늘까지 연대표로 시각화했으며 8구역은 동문들의 활동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앨범은 터치용으로 비치했다. 돌아나오는 마지막 코스인 9구역에서는 학교발전을 위해 후원하신 분들의 명단을 게시하였다. 60년사를 준비하면서 모아진 자료를 과거와 현재, 앨범 세 가지로 분류해서 전자화했다.

  최근 1919년 독립운동가 김규식과 신규식이 당시 미국 대통령 윌슨에게 보낸 「일본의 부당한 침략과 한국의 독립」을 호소한 청원서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사료는 민족과 한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 근거가 된다. 고교 필독서 중 하나인 자유기록자(Freedom Writers, Erin Gruwell)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십대들이 유대인 학살 역사관을 보고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교육청을 비롯하여 동문과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관식에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말을 했는데 역사관 개관을 통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60년 역사를 돌아봄은 물론 나아갈 방향까지 찾은 듯하다. 개관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내방객을 위한 방문코스가 하나 생겼다. 후원에 감사를 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역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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