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왜 늙는가?(1)
얼굴은 왜 늙는가?(1)
  • 최정호
  • 승인 2018.03.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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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지구상에 출현했을까? 학교에서 배웠듯이 생명은 원시의 바다에서 탄생하였다. 현재까지 밝혀진 고생물학의 탐구결과에 의하면 약 5억 년 전인 선캄브리아기에 고대의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의 발생폭발이 있었다. 이때 생명체는 여러 가지 모양의 얼굴을 발명했고 그 발명품 중 5억 년의 시간동안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얼굴이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대다수 동물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물고기, 도마뱀, 호랑이처럼 종이 다른 동물들도 눈, 코, 입의 배치가 다르지 않다. 하다못해 곤충류 즉 파리, 잠자리도 그 배치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얼굴이 바다에서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한 방향으로 헤엄치면서 나아가는 동물을 상상해보라!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에 입이 위치하면 나아가는 추진력 때문에 먹이를 쉽게 삼킬 수 있다. 입이 꼬리나 배에 있는 동물들이 멸종한 이유이다. 앞쪽으로 이동하는 머리는 새로운 대상과 마주하며 관찰하고 접촉하게 된다. 머리에 감각기관인 눈, 코가 몰려 있는 이유이다. 이로써 동물의 미래는 머리에 의존하게 되었다.

 얼굴을 만든 조각가가 있다면 그 조각가의 이름은 “음식물에 대한 탐욕”이다. 모든 생명체는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끊임없이 지연시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자연의 일반적 법칙에 대한 반역이다. 만약에 우주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생명은 그 신에 대한 반역자인 셈이다. 생명은 부패하고, 분해되는 일반적인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 연기하는 현상이다.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동물은 다른 생명체로부터 에너지를 탈취해서 생존한다. 그래서 음식물에 대한 탐욕은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미덕이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 부르며 우리는 운명공동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동물의 얼굴에 있는 눈, 코, 입의 위치에 대해 알아보자. 눈이 떨어지는 음식보다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중력의 법칙에 따라 항상 아래쪽으로 향하는 음식물들은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먹을 수 있다. 즉 눈이 위에 있기 때문에 주둥이와 하늘 대신에 주둥이와 땅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눈, 코, 입의 이러한 기능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배치는 자연의 절묘한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얼굴의 기능은 가까운 뇌라는 CPU에 의해 조절되는 바 생명은 단단한 두개골을 발달시켜 이 뇌를 머리 안에 가두고 보호한다. 머리뼈는 점점 단단하고 두꺼워졌고, 얼굴의 기초 토대가 되었다. 모든 얼굴은 그 동물의 생존환경을 반영한다. 물고기는 눈이 머리의 양쪽에 있어 거의 360도에 가까운 시야를 확보하여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찾는다.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인 포유류는 양안의 공조를 위해 눈은 얼굴의 앞쪽으로 이동하고 대신 시야확보를 위하여 회전성이 좋은 목과 운동성이 가능한 눈동자를 가지게 되었다. 후각보다 시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 인간은 침팬지에 비해 좁아진 비강을 가지게 되었고, 비슷하지만 원숭이와 인간은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얼굴의 기원이 역사적 생성물이라는 것은 모양과 기능이 점진적 변화를 계속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얼굴의 노화 이유와 과정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포유류 중에 윗입술이 떨어져서 표정을 짓는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면 원숭이가 유일하다. 원숭이의 세계에 정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털 고르기와 먹이 나누어주기 이상의 소통이 필요했다. 윗입술이 떨어져 다양한 소리와 표정을 만드는 원숭이가 세력을 규합하여 정치적인 성공을 거뒀고, 그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겼던 것이다. 이때부터 주둥이는 공격과 방어의 기능보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윈은 이를 “사람의 뇌가 주둥이를 쓸모없는 퇴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노화에 의하여 입 주위와 눈 주위에 노화의 진한 흔적을 만들게 되었다. 주둥이의 단단한 고정성이 유지되는 개와 고양이는 늙었다고 얼굴에 주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강아지와 고양이 나이를 얼굴을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더 잘 보이고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서 털이 사라진 인간에게 표현 기구로서의 눈과 입은 필요한 운동성 확보 전략 때문에 나이가 들면 입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늘어지며, 눈 주위도 쳐지고 미간에는 내 천자의 주름이 깊어진다. 인간의 얼굴에서 주둥이가 <입>으로 변화한 사건은 털 없는 얼굴과 함께 인간을 되돌릴 수 없는 <사회화>의 톱니바퀴 위에 올려놓았다. 털이 없어지자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고 붉은 입술은 더욱 붉어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이 늙어가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얼굴의 노화는 문명의 가능조건인 셈이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비슷한 업종을 가지는 사람들에겐 주요한 밥줄이 되었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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