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연구 활동 보장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연구 활동 보장
  • 김현수
  • 승인 2018.02.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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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석기시대인 기원전 1만 년 경 지구의 인구는 백만에서 천만 명 정도였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 사이의 중론이다. 2010년대 중반의 인구가 약 75억 명이라고 하니, 백만에서 천만이라는 숫자는 현재 인구와 비교하면 대략 0.1에서 0.01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석기시대에는 인구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비하는 자연자원의 양도 매우 적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석기인의 일상은 생존을 위한 매우 기본적인 활동들로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적을 위해 자원이 사용되는 현대에 비해 자원의 소비량이 매우 적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 사람들이 소량의 자원을 소비했던 구석기 시대를 살았던 인류에게 지구는 필요한 자원을 제한없이 공급해주는 매우 큰 공간이었다.

 석기시대로부터 청동기와 철기시대로 진화하며 인구의 꾸준한 증가가 이루어졌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의 소비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고대와 중세를 거쳐 지속하다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게 되었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60여년 동안 지구의 인구는 3배가 증가했는데, 2억명 정도였던 서기 1년의 인구가 3배 증가하는데 1700년 정도가 걸렸으니 최근의 인구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인구와 자원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현대인에게 지구는 구석기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끼고 보전하지 않으면 고갈될 수밖에 없는 한정된 자원을 보관하고 있는 작은 저장소로 생각되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제한된 양의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려면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인간의 기본적 생명유지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공기나 물과 같은 자연환경의 경우, 개발활동과 환경보전 사이에서 이해 당사자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원을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의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100여 년간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효율적으로 자원을 소비하고, 청정한 상태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제시하였다. 과학적 지식을 사용한 조사와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자연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분배, 보전에 수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도시개발, 수자원 이용, 산업시설 건설 등에서 자원의 사용과 자연환경 변화의 상관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적 조사와 연구는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학자들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최대한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조사를 수행해야 함은 더 말할 여지가 없다. 이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다면, 정부 당국자나 이해 당사자들도 연구자들이 자신의 해야 할 바를 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 비양심적인 또는 무능력한 과학자들에 의해 잘못된 결과가 생산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원치 않는 사업이 강행될 수 있다고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연구방법과 자료해석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연구기간 중의 평가를 통해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 과학자들에 의한 조사와 연구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가 자주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필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는 안되며,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를 수행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연구 보고회에서 직접 들은 적이 있다.

 과학자들이 특정한 결론을 지향하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연구는 발견된 현상을 초래하는 미지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과학적 활동이기 때문에, 결론이 정해져 있다면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과학적 연구조사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슈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 일부가 아니다. 연구조사 결과가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연구방법에 문제가 없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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