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소설가의 첫 창작집 ‘밤의 나라’
김소윤 소설가의 첫 창작집 ‘밤의 나라’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2.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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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나라

 “소설을 만날 때 나는 자유롭다.”

 2010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인 김소윤(38) 작가가 새로운 소설을 내놨다.

 김 작가의 첫 창작집 ‘밤의 나라’(바람꽃·13,000원)는 표제작 ‘밤의 나라’를 비롯해 ‘붉은 목도리’,‘듣지 못한 말’,‘발끝으로 서다’,‘괜찮습니다, 나는’,‘그 해, 봄’,‘J의 크리스마스’,‘화려한 장례’등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밤의 나라’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미호는 언니와 함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 탈북한 여성이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태국과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이르는 동안 미호는 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와의 이별 등 다양한 고난을 겪는다.

 그렇게 간신히 도착한 한국에서 언니는 동업하는 한국 여성에게 속아 재산을 날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미호는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밀항하지만 그곳에서마저 밀항선의 선장에게 사기를 당하고 낯선 곳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데.

 대형 육계 가공업체들과 납품 계약을 맺은 양계장들이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만든 ‘그 해, 봄’의 등장인물들 또한 앞서 인물들과 유사한 속성을 가진다.

 약간의 정신지체와 우울증을 가진 은정은 함께 살던 노모가 죽자 요양원으로 간다.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는 요양원의 생활은 마치 “거대한 사육장”(177쪽)과 같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은정은 요양원을 탈출하고, 닭 튀김집을 운영하는 철우와 살게 된다.

 그곳에서 은정은 철우의 아버지 한씨가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나온 닭을 손질하고 튀긴다.

 기이한 점은 은정이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닭을 키우며 애지중지하는 점이다.

 이는 “닭 잡는 년이 닭을 키운다”(171쪽)는 아버지 한씨의 말대로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은정의 행동을 마뜩치 않게 보는 한씨와 철우의 사고와 행동 또한 은정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닭을 육계 가공업체의 이익을 위해 매일매일 도살한다.

 그들의 삶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삶을 도살하는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

 

▲ 김소윤 작가
  김소윤 작가는 “최근 3, 4년간 써온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결핍과 상처를 지니고 있다”며,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그들의 슬픔과 절규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이들을 끌어내 세상 속에 세우는 일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소윤 작가는 전북 출신으로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물고기 우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에는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 단편소설 ‘벌레’가, 2012년에는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당선됐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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