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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신의 전국화
조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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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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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충무공의 이 어록은 호남정신의 상징이다. DJ는 호남의 긍지와 자존심을 방명록에 ‘무호남(無湖南) 무국가(無國家)’로 새겼다.

 전라도 천년. 올해는 전라도 정도 천년이 되는 해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전라도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당시 전북도 일원을 관할하던 전주목과 전남·제주지역의 중심이던 나주목의 첫 글자를 따 전라도가 됐다.

 다시, 호남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남정신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필자는 2월 12일, 5?18민주묘지를 찾아 “호남정신의 전국화”를 공언한 바 있다.

 근대의 문을 열었던 동학농민혁명이 전북-호남만의 것일까? 민주화의 길을 열었던 5?18민주화운동이 광주-호남만의 것일까? 우리나라 최초로 DJ가 수상했던 노벨평화상의 영예가 DJ만의 것일까?

 반상(班常)의 구별과 남녀 차별이 엄연했던 시절이다. 동학농민군은 신분제 폐지와 양성평등과 같은, 당시로서는 혁명적 변화를 주장하며 봉건질서 타파에 나섰다.

 비록 미완에 그쳤으나 혁명적 사회운동이었기에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공인된 명칭이 부여됐다. 무려 110년만의 일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또 어떤가? 1980년 민주화의 봄을 총칼로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 맞서 항거한 역사적 사건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 땅의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시민들이 싸웠던 5?18민주화운동은 이후 6월 항쟁과 촛불시민혁명의 밑거름이 됐다. DJ는 기울어진 정치현실 속에서 불의한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하며 호남정신을 구현했던 분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신기원을 열었다. DJ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진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저지하려는 로비가 있는가 하면, 노벨상을 타기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음해마저 공공연히 자행됐다. 당시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군나르 베르게는 “한국인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는 말로 황당무계한 로비설을 일축했다.

 5·18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설과 북한군 개입설 등 숭고한 시민군의 희생이 매도당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5·18민주화운동을 가당치도 않게 매도하고 폄훼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수우익 논객 중심으로 여전히 도발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받기까지 ‘동학도의 난’이나 ‘동학농민의 운동’인 양 평가절하 된 상태로 방치돼 왔다.

 3·1운동의 민족지도자 절반가량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인사들이란 사실만 비추어도 110년 동안의 역사적 평가는 가혹했다. 왜였을까? 호남이라는 지역차별의 굴레가 만들어낸 희극 같은 비극 아니겠는가.

 만약, 호남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 아니고 DJ가 호남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동학농민혁명이나 5·18민주화운동을 전북과 광주, 호남이라는 지역의 굴레 속에 가두려는 시도는 그치지 않는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또한 DJ의 것으로만 묶어두려는 불편한 기도도 여전하다.

 지역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터이다. 공고했던 양당제를 혁파하고 다당제의 기틀을 만들어준 게 호남의 선택이었다. 다당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다시금 호남 집권의 꿈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정치개혁의 불씨를 당겨준 게 호남의 민심이다. 필자는 호남정신을 이처럼 개혁에 앞장서고 불의에 저항하며 시대를 밝혀온 숭고함이라고 생각한다. 호남정신의 전국화는 동학농민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개헌 헌법 전문에 수록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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