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넛지: 지역대학 교육의 대전환
선택의 넛지: 지역대학 교육의 대전환
  • 김동원
  • 승인 2018.02.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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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을 치고 있다면 다행이다. 얼마간의 노력을 하면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노력의 배신’을 압축하여 말하는 ‘헬조선’, 2014년 이후 한국사회의 안타까운 유행어이다. 청년실업, 취업대란, 갑질문화, 저출산, 자살률 등 다양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한마디로 압축하여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가도 완화되기보다는 헬지방 등으로 더 확대되는 점이다. 청년 학생들을 교육해 미래 한국으로 내보내는 지역의 대학으로서는 매우 부담이 크다. 새 학기 신입생을 맞이하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희망을 말해야 할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전국 대비 2% 수준에 머무르는 지역경제는 지난 세월의 고착된 틀에서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되어온 지역 대학 출신의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인구감소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방대학을 함몰의 위기로 몰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을 담당해야 하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정규직과 계약직을 모두 포함하여 50%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는 대학의 취업률과, 우수학생의 지역대학 회피, 대학원생의 고갈 등은 교수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며 지역거점 국립대학의 위상마저 흔들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주장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지방대 졸업생 차별제한을 외쳐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거점 국립대학이라 하지만 가용 예산은 수도권 대학의 절반에 머무르고, 지역 경제력도 뒷받침되지 않는 변방의 대학인지라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외형적인 모습만 본다면 지역대학의 발전은 요원하고 지역혁신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대학이 어렵고 설 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산호세대학, 영국의 울브햄튼 대학, 이태리의 모데나 대학, 핀란드의 오울루 대학 등 이름이 알려지지 않더라도 지역혁신의 중심에 있는 강한 대학들이 얼마든지 있다.

 지역 대학의 더 큰 문제는 변화하고자 하는 용기와 전략이다. 특히, 세계를 향해 지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들의 용기와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 보면 길이 없지도 않다. 재원과 인력의 부족, 정보의 부족, 폐쇄된 지역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지역 대학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대담한 전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를 지역대학이 배출해 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학생들의 기를 세워주어야 한다. 한 줄 세우기 입시와 상대평가 등으로 의지가 꺾인 학생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특성을 찾아내어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줄세우기 전략이 필요하다.

 단위 대학마다 색깔을 입히고 학과에 특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글이 개인 업무시간의 20%를 비업무에 활용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자사 발전에 활용하는 지혜를 주목해야 한다. 획일화된 교수법, 학생의 특성과 연관되지 않는 수업과 교과과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에서 대학평가를 바탕으로 각종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동원하지만 아직은 부분적인 성과에 그치고, 대학 전체적인 변화와 개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평가의 수렁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서,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수업을 완성하도록 각종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 대학과 학과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교수와 학생들이 살아난다. 학과의 색을 드러나게 하고, 대학마다 다양한 특성을 살리는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연 5%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생산 가능한 인구(15-64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공동체는 최근 세계 7위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눈과 귀가 아시아와 세계를 향하도록 우물밖 개구리로 훈련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춘 대학들과 공동으로 학생 교육을 도모해야 한다. 교육 연합체를 구성하여 학생들의 국내외적 모빌리티를 높이고, 글로컬 기반의 교육을 상시로 개발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5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대학과 한국 대학 학생들의 연합팀을 구성하여 국제학생 설계 캠프를 수행해오고 있다. 학생들이 공동으로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을 1년여 지속하면서 본인들의 잠재적 역량을 키우고, 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자신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 열정을 쏟아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번 겨울 평창 올림픽을 치르면서 또 다른 희망의 불빛을 보고 있다. 지역의 소도시 출신 영미 컬링 선수, 평범한 교사를 지원하던 봅슬레이 선수가 변방에서 세계로, 평범에서 비범으로 우뚝 선 모습을 본 것이다. 지역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바른 전략을 세우면 성공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학교 교육은 학생의 기를 살리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교육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풍부한 선택의 넛지를 제공하여 학생들에게 재도약의 꿈을 꾸게 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려면 강한 용기와 더불어 대담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원에만 목을 매고 있다면 그동안 답습한 도돌이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김동원<전북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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