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미투운동, 전북서도 확산
‘나도 당했다’ 미투운동, 전북서도 확산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2.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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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단원, 대표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당해
▲ 미투(Me too)운동 시작 이후로 전북권 첫 기자회견이 26일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실시된 가운데 연극배우 송원 씨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얼기자
 문화계 성추행 사건 등 전국적으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북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오후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은 12년차 연극배우 송원(31·여)씨는 자신이 소속됐던 연극단 ‘극단 명태’ 전 대표 최경성(50)씨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송씨는 이날 “지난 2010년 1월 단원을 모집하기 위해 만들었던 전북대 뮤지컬 동아리 MT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며 끔찍한 기억을 꺼냈다.

송씨는 이어 “최 대표가 MT 당일 나를 데리러 왔고 차 속에서 부터 성추행이 시작됐다”면서 “최씨가 단둘이 여행가는 기분이다며 차 속에서 손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수차례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MT 장소에 도착한 뒤에도 최씨는 송씨를 따로 불러내 극단의 문제를 상의하자며 식사자리를 요구했다.

 성적 농담을 수차례 하더니 저녁 식사 후 송씨를 자택에 데려다 주겠다던 최씨는 태도를 바꿨다.

 송씨는 “저녁 식사 후 최씨는 모텔에 가자고 했다. 거절하면 그건 대표 자신을 모욕하는 거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모텔 안으로 데려갔다”면서 “당시 나는 학연도 지연도 없는 23살짜리 초보 단원이었다. 혹여나 대표에게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우려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모텔 안에서 최씨는 “침대에서 자신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여기서 자라’고 했다”며 “귓불을 손으로 만지고서 ‘네 태도가 귀엽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최 대표 얼굴이 내 쪽으로 가까워져 오자 강하게 저항했고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하소연했다.

 송씨는 이어 “사건 이후 극단을 탈퇴했지만 대표는 ‘남자관계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나를 내쫓았다고 소문냈다”며 “다른 단원으로부터 ‘네가 대표를 꼬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극단을 떠나 지금까지 최씨에게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지금도 아픈 기억에 힘들어하는데 최씨는 최근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며 무기력감에 느꼈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송씨는 “나조차도 피해 사실을 말한다는 자체가 많은 용기가 필요로 했고 본인 같은 피해자가 3명 더 있다”면서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최씨의 처벌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으로 이번 사건을 폭로하면 최 전 대표가 모든 것을 발뺌할 것으로 생각한 송씨는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배우 신분과 이름·얼굴을 공개했다.

 이번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최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먼저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그 일을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를 후회하고 반성한다”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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