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북한 김영철
조선일보와 북한 김영철
  • 이정덕
  • 승인 2018.02.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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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신문들의 논조가 조변석개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논지를 정반대로 바꾸면서 정략적 이익에 따라 말을 바꿔도 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이야 당파적인 세력이니 자신의 당파적인 이익을 위해 말을 정반대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당파적 이익을 넘어서서 국민에게 정신적인 등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당파적으로 조변석개하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북한 김영철이 참석하자 2014년 김영철과 박근혜 정부가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회담할 때의 보도와 180도 다른 논조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2014년 10월 16일 “‘천안함 도발 주역’ 내보낸 북과 대화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설에서 김영철 북한 국방위 정찰총국장과의 회담을 그는 천안함을 폭침한 전범이지만 “그런 인물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남북 회담의 어려움이고 현실이다”라고 말하면서 “북한과 마주 앉아 합의를 일궈내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북한과의 대화를 피할 이유도 없다. 긴 호흡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 갈 원칙과 분명한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2018년 2월 23일 사설에서는 “정부는 김영철이 대한민국 영토를 밟게 해서는 안된다”며 “평창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르고 북을 비핵화로 이끄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그동안에도 여러 번 각종 대북제재를 허물어 왔는데 김영철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그래서는 안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월 24일 사설에서는 2014년 회담은 판문점 군사회담이니까 김영철이 참석해도 되고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영철이 스포츠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니까 참석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014년 10월 6일자 보도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 참석한, 그리고 연평도 폭격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의 정홍원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회담을 소개하면서 남북대화를 확대하자는 긍정적인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감동의 인천, 성화가 꺼진 자리엔 남북화합의 불꽃이”라는 기고문을 싣고,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1면 톱으로 보도하였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이들이 스포츠와 관련이 없으니 참석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의 참여를 환영하고 남북대화를 확대하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하였다.

 자유한국당은 이번에 김영철이 방남한다고 하자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일대교 앞에서 김영철의 방남을 막는 시위를 하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과 악수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한다거나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 10월 16일 새누리당일 때 권은희 대변인은 김영철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남북회담에 대해서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 남북의 갈등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부작용이 덜하다. 남북 갈등해소와 평화통일 등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의견이 다르면 조정해야 한다. 대화조차 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정당이야 하도 당파적이여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민의 등대이어야 할 언론까지 상황에 따라 말을 180도 바꾸는 것은 국민을 참으로 혼란스럽게 한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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