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반 한해살이를 돌아보며
평화반 한해살이를 돌아보며
  • 진영란
  • 승인 2018.02.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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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냉이, 민들레를 찾아다니면서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정성껏 캐고 다음어서 냉잇국 맛나게 끓여먹고, 쑥도 캐서 쑥떡도 해 먹었지요. 봄나물, 봄꽃 관찰하면서 친구 집에도 다녀왔어요. 봄을 마무리하면서 봄꽃들로 화전도 부쳐 먹었어요. 나들이도 다녔고요. 우리 아이들은 봄에 얼굴이 까매지도록 바깥에서 봄 공부를 했어요. 우리가 배운 노래는 ‘우리말노래’, ‘봄아 오너라’. ‘우리 선생 뿔났다.’가 있지요.

 땅이 녹을 때를 기다려 감자를 심었고,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모판에서 싹트고 자라는 모를 관찰했어요. 그리고 진짜 논에 가서 모를 심었죠.

 

 <여름> 전교를 들썩이게 한 단오행사의 주인공도 우리 1학년이었습니다. 그 작은 고사리 손으로 장명루를 한 올 한 올 엮었고요. 창포물에 머리도 감고, 씨름판에서 멋진 씨름을 선보였지요.

 여름에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었어요.

 텃밭에 자기가 심고 가꾸고 싶은 작물을 정해서 함께 심고 가꾸었지요.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오이, 수박, 참외, 땅콩을 심으면서 숫자공부를 했고, 아침마다 텃밭에 물을 주고, 텃밭에 찾아오는 곤충을 관찰하면서 보냈어요.

 햇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감자를 수확하고, 수를 세고, 분류하고, 감자전을 부쳐 먹었어요. 텃밭에서 키운 상추 덕분에 삼겹살파티도 했구요. 여름에는 또 여름 노래를 배웠어요. ‘옥수수네 어머니’, ‘이총매미’, ‘개골청’ 등이요.

 여름 계절학교로 도자기도 만들고, 물놀이장도 갔어요.

 
 <가을> 수확의 기쁨을 만끽했어요. 해바라기 씨앗도 세고 그렸고, 땅콩도 수확해서 맛을 보았어요. 물론 100이 넘는 땅콩을 세고, 그림도 그리고, 먹어도 보았어요. 벼를 수확해서 방아를 찧어보았고, 볏짚으로 꼰 새끼줄로 줄넘기도 해보고, 빨대를 만들어서 우유도 먹어 보았어요. 어여쁜 가을, 꽃장사에서 시작된 장터는 1주일간 계속되기도 했지요. ‘꽃타령’, ‘대추 한 알’, ‘해바라기 혼자 집을 본다’ 등의 시와 노래를 익혔어요. 가을부터는 50이 넘는 수를 계속 세고 감각적으로 익혔어요. 밤을 주워서 함께 나눠먹기도 했어요. 올해는 밤이 흉작이라 작년만큼은 아니었지만, 수를 세고 익히기에는 충분했어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달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요. 함께 만들어 먹은 송편은 정말 꿀맛이었고요.

 그리고 김장할 배추를 열심히 키웠어요. 배추밭에 놀러온 배추흰나비애벌레를 세고 관찰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어요. 내년 봄에 태어날 번데기들이 교실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답니다.

 

 <겨울> 김장하고, 곶감 깎아서 말리고, 먹고, 즐기느라 분주한 계절이었습니다. 오치근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림책 만들기가 시작되었는데 지금도 한창이구요. ‘우리 마을에 눈이 내리면’, ‘군밤타령’ ‘그리운 강남’을 익혔어요. 영차영차 힘을 모아 눈썰매장을 만들어서 유치원 동생들이랑 언니오빠들하고 신나게 타고 놀았어요. 눈사람도 만들고요. 겨울 영화보고 감상문도 써 보고, 짜장줄넘기도 열심히 했지요. 눈의 결정을 관찰하고, 만들어서 겨울풍경을 멋지게 꾸미기도 했어요. 100까지의 수를 열심히 익혔고요. 여러 가지 도형과 규칙도 배웠습니다.

 
 이렇게 적어보니까 우리 아이들 참 많은 것들을 겪고 배웠네요.

 말하기와 듣기는 월요일 아침에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면서 주말 이야기를 나누며 익혔고요. 또 종종 발생하는 학급내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발바닥을 맞대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림책에서 첫문장 쓰기, 겪은 일 함께 적어보고 따라 써 보기, 아름다운 시와 노래 가사 적어보기 등도 함께 했지요.

 수학은 핀란드 수학을 통해 기초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각자의 속도대로 힘껐 배웠네요. 물론 그 과정에서 먼저 해결한 친구들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 곁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함께 자라는 모습이 참 뿌듯했습니다.

 우리 반의 자랑이라 하면 나들이와 놀이입니다. 나들이로 온 감각을 열고 계절을 경험했으며, 나와 친구가 사는 마을을 나들이하면서 지리적 감각을 익혔습니다. 또 친구와 한결 친해지기도 했지요. 비석치기, 피석,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고양이와 쥐, 이랑타기, 고무줄.... 우리 아이들은 온몸으로 놀이 감각을 깨우고 자기 몸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 해 동안 학교에서 지낸 모습이에요. 우리 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들의 1학년 적응기를 곁에서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보석같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1년 동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아이들에게 띄우는 편지글 한 편 작성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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