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동물 의료사고와 위자료
반려 동물 의료사고와 위자료
  • 강원표
  • 승인 2018.02.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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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이 가족과 같이 여기던 반려견의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와 동물병원을 찾아 가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하였다. 그런데 장기간의 약 처방에도 반려견의 증상이 계속되어 다른 동물병원을 찾아 가 보니 반려견은 방광암을 앓고 있었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반려견이 1달 후 사망하게 되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하여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질병이 악화되거나 죽게 된 경우 그 슬픔은 실제 가족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의 그것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클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당신은 동물병원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의 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사람의 경우 병원의 의료과실로 인하여 질병이 심해지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병원이나 병원의 보험사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가족들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사망한 당사자가 사망하기 직전에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되며 그 위자료 청구권은 상속인들에게 상속되어 상속인들이 병원이나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한 당사자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역시 물건이므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의료과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반려동물에게 위자료 청구권은 인정될 수 없다. 이는 반려동물이 사망하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결론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질지도 모른다. 동물에게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다소 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 본인의 재산을 상속하였다는 내용의 해외 뉴스가 적지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꼭 그렇게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실제 반려동물이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 주체가 된다는 전제에서 사망한 반려견의 주인이 반려견의 위자료 청구권을 상속하였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한 사례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법원은 반려동물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반려동물의 주인에게 재산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이외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또 인정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 가량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도 점차 발전하여 왔다. 최근에는 동물을 단순히 사람의 장난감으로 보던 관점에서 불리우던 ‘애완 동물’이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반려 동물’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이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 가면서,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각별한 애정관계가 형성된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을 고려하면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물건’아닌 그 이상의 특수한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야 함이 타당하고, 반려동물의 의료사고로 인한 소유자의 위자료는 넉넉히 인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법원도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애착관계를 고려하여 (비록 그 금액은 적지만) 반려동물의 소유자에게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은 반려동물의 의료사고로 인하여 반려동물의 소유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동물병원 측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전제에서 나온 판결이다. 즉 법원도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법원은 반려동물의 경우 물건과는 달리 소유자가 정신적 유대와 애정을 나누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치료비가 교환가치보다 높게 지출됐더라도 배상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비춰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반려동물의 시장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법원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가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과 같은 의료기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원칙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의료기록의 발급을 요구 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 되는데, 이처럼 진단서 등을 발급하는 경우에도 검사결과, 주요증상, 치료방법 등 중요 사항을 기재할 의무는 없다. 해당 동물의 진료기록은 의료과실의 중요 증거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의료기록의 발급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고 의무 기재 내용도 일부 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의료분쟁에 있어 피해자 측의 입증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동물병원 측에 검사결과, 주요증상, 치료방법 등 주요사항을 기재한 진단서의 발급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만약 이를 발급해 주지 아니하는 동물병원을 이용 중이라면 차라리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동물병원 의료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임과 동시에 동물병원 의료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해나가야 하는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강원표(법률사무소 동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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