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도 변할 수 있다’
‘우리 부모도 변할 수 있다’
  • 조석중
  • 승인 2018.02.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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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스럽다, 합리적이고 자애롭던 부모님이 달라졌다. 이런 분이 아닌데……

 별것도 아닌 일에 서운함을 토로하고, 고집도 곧잘 부린다. 불평도 늘고, 감정기복도 심해졌다. 깔끔하던 분이 씻기도 싫어하신다. 부모가 달라진 것일까?

 <노년의 삶>은 부모가 달라진 이유는 따로 있지 않고 그들이 “노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 추기옥은 학문적 이론이나 의학적 지식보다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장기간 종사하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한다. 노년기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오해로 인한 갈등을 줄여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특히 노인이 된 부모를 둔 40대 이상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상적인 노인이 되어 가족의 사랑과 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기에 그런 노인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라 할지라도 이전과는 너무 달라진 모습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결국 오해가 깊어져 부모자식 간에 메우지 못할 골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년의 길에 들어선 부모가 여생 동안 겪게 되는 변화를 자식이 미리 알게 해주는 책이다.

 어린 자식의 눈에는 부모가 슈퍼맨, 슈퍼우먼과 동급이지만, 노인이 되면서부터 한 겨울을 나면서 감기를 서너 번이나 앓고 매달 염색에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 ‘우리 부모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하는 슬픈 생각에 잠기게 된다. 과거에 나를 키우기 위해 애썼던 과거가 머릿속을 스치면서 코끝이 찡하지만, 하찮은 일에 서운해 하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고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다. 부모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며 혹시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노년기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자식들이 흔히 하는 오해는 ‘우리 부모는 어떻게든 살아갈 거다.’ 이는 잘못된 믿음이다. “쇠약한 노인이 혼자 살아갈 방법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따라서 점점 자신감을 잃고 수동적이 되며 의존성이 높아져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인생의 4분의 1을 성장하는 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을 늙어가는 데 보낸다 한다. 한참 팔팔한 20대, 30대일지라도 실은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종착역은 모두 같은 곳이다. 노년기의 변화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와중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부모를 이해하게 되면 오해 또한 줄어들게 된다. 나를 사랑으로 돌봐온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하는 노년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글= 조석중(독서경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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