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도 나의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 박금숙
  • 승인 2018.02.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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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탁탁탁탁”

 공방 안에서 한지인형을 매끄럽게 다듬는 학생들의 손들이 바쁘다.

 “선생님! 오늘은 몇 장의 한지에 풀칠을 할까요?”

 “몸통에 살을 붙이려면 6장에 풀칠해야 해요.”

 오늘은 학생들이 한지인형의 몸통을 만드는 날이다.

 열심히 인형을 다듬는 학생들 사이로 며칠 전 다녀온 일본 오이타현 유후인 공방거리에서 사온 초코볼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인 유후인. 많은 사람들이 큐슈 여행을 계획할 때 유후인을 벳부와 하나의 코스로 묶기도 한다. 이곳은 일본 오이타현 내 대표적인 관광지 이기도 해서 가는 곳마다 한국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민예촌 공방거리가 메인인 이곳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하다.

 공방거리를 둘러보면서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하게 되는 건 필자가 한옥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하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일직선인 공방거리는 마치 한옥마을의 태조로를 보는 듯 하고, 골목길 사이로 들어선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한옥마을의 골목길처럼 정겹다. 공방거리를 걷다 보면 바닥에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함께 솟아나는 온천호수인 긴린코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은 한옥마을의 한벽루 아래로 흐르는 전주천을 생각나게 한다. 한겨울 추위도 무색하게 하는 호수에 비친 파란 하늘을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화면에 나타나는 탁 트인 공간은 사람이 비교적 적은 평일 오전 혼자 만끽하는 한옥마을의 전경과 포개어진다.

 전주 한옥마을 공예명품길 공방에 나온 지도 어언 7년. 7년의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오고 갔다. 처음 세를 내고 한옥마을 골목길에 들어오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 세를 감당하겠느냐 하며 걱정의 시선이 가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한옥마을에 남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한지인형을 만들 수 있고, 체험할 수 이는 곳이 전주한옥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 오시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다. 유후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시 한 번 시간 내어 오고 싶을 뿐 아니라, 부모님과 연인을 데려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3년전에 다녀왔던 곳이었는데도 우리 가족과 한번 더 오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한옥마을도 한번 오면 그 매력에 빠져 소중한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은 장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말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어느새 인형을 잘 다듬는 학생들을 보며, 오랫동안 꿈을 그려온 나의 손은 그들을 향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글 = 박금숙 닥종이 인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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