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아트와의 만남’
‘정크아트와의 만남’
  • 박인선
  • 승인 2018.02.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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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선 작품, '부엉이 가족의 아침'

 버려진 폐기물을 가지고 하는 조형작업을 정크아트(Junk Art)라고 한다. 내가 정크아트라는 생소한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일상생활 중에 생겨났다. 자동차의 조향장치를 교체하고 난 뒤 그 부속품을 버리지 않고 가져온 적이 있었다. 형태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보관하다가 팔복동 공단의 정비소에서 다양한 모양의 폐엔진 부품을 발견하고 수집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주변에서 버려지는 생활용기도 모았다. 기물들의 형태를 살려가면서 익숙했던 물건들은 또다른 형태로 작품으로 나타났다. 작업은 흥미로웠다. 취미가 과해지면 중독성을 갖게 된다. 운동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듯이.  

 사무실 한켠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작업조건이 열악했다. 더 이상 작업공간으로 한계를 느낄 참에 고물상으로 이사를 하였다.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던 일을 접고 고물 수집을 위해 이사하려나 보다고 수군대는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시간의 결과는 세간의 예상과는 빗나갔지만 모아두었던 잡동사니를 트럭에 실어 나르던 설렘의 기억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일은 우연한 경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정크아트는 단순한 취미이고 매일매일 단순한 삶의 고리를 변화시켜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드로잉작업도 없이 기물이나 폐기물의 형태에 따라 즉흥성이 도입되는 작업은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의외성이 많은 작업이다. 꼼꼼하지 않은 내 성격과도 잘 맞았다.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하다보니 식구들의 눈총을 많이 받았다. ‘나이가 들면 하던 일도 줄이고 정리를 한다는데, 자기만을 생각한다’, ‘버려진 폐기물을 모아놓으니 함께 사는 공간을 쓰레기장으로 만든다’는 등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면 이도 저도 할 수 없어 생각대로 하다보니 피해는 가까운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시빗거리들은 고물상으로 작업공간을 옮기면서 해소가 되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들은 작은 산을 이룬다. 누구에겐가는 하찮은 쓰레기에 불과 했지만 고물상에 들어서는 순간 제몫을 한다. 작품의 재료가 되기도 하면서 때로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러웠던 지난 시간은 이제 없다. 고물상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고물상이 학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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