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올림픽과 대인배
평화올림픽과 대인배
  • 안호영
  • 승인 2018.02.0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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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70억 세계인의 겨울 축제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한다. 북극 한파로 예년보다 추운 겨울이지만 이번 올림픽으로 인해서 9년간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에는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복원됐고, 통신선이 복구됐다. 전폭기가 지나던 하늘에는 남북한 선수들이 오가는 소통의 길이 열렸다. 이 땅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평창올림픽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올림픽과 평화를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기원전 776년 엘리스, 스파르타, 피사 등 그리스의 3개 도시국가는 협약을 맺고 올림픽경기 기간 동안 적대행위 중지를 선포했다. 정작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평화라는 같은 개념으로 올림픽을 재건한 이후에 평화는 고사하고 휴전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올림픽이 평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과 스포츠교류는 관계악화를 지연시키고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올림픽이 가진 평화의 상징성이 강화됐고 세계인의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이 되길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들은 세계적 축제에 색깔론 공세를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국무위원에게 ‘북한 대변인’이냐 물어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고 북한의 참여를 비하한다. 색깔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없어져야 할 ‘적폐’다. 황당하고 무책임한 색깔론으로 국민을 억압하고 부정한 정권을 유지했던 좀비가 다시 살아나는 듯 끔찍하다. 일부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을 통해 반복 재생산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평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색깔론을 펼치는 야당의원들은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던 2011년 7월 7일 당시 여당이었다. 당시 평창에서 유치를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즉석 최고위원회도 열었다. 또 하루 만에 당시 여당 주도로 남북단일팀 구성을 포함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지원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 홍준표 대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환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시에는 주장했었다. 내가 주도할 때는 잘되길 바라다가 주도권을 놓쳤다고 해서 일이 어그러지길 바라는 것은 소인배(小人輩)다.

 이런 면에서 전북도민은 ‘통 큰’ 대인배다. 대인배는 소인배의 반대말로 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과거 전북 무주는 강원도 평창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쉬움을 삼키며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응원했다. 누구보다 과정의 애환을 잘 알기에 올림픽 유치소식을 가장 먼저 반기고 축하했다. 지금도 전북 곳곳에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한 선수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평화올림픽을 갈등과 분열, 반목이 지속하는 갈등올림픽, 냉전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땀방울이 빛나고 평화와 화해로 기억되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대인배의 풍모로 다 함께 뜨거운 성원을 보내면 좋겠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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