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시
이야기로 읽는 시
  • 송일섭
  • 승인 2018.02.0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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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다 꽃 / 하피즈

 

 장미는 어떻게

 심장을 열어

 자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주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빛의 격려 때문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출처 :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204쪽)
 

 이 시는 14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즈가 남긴 ‘가잘(2행으로 된 연작 형식의 시)’이라는 시다. 이 시의 핵심적 메시지는 바로 2연에 있음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장미꽃의 아름다운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물론 장미꽃이 지닌 선명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장미꽃임을 보여주는 ‘빛의 역할’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의 경우라면 더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성공 뒤에는 주변사람의 헌신과 은혜가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타자의 의미와 가치를 통해서 스스로 겸손해지고 거듭나는 지혜를 말하는 것 같다.

 세계 최초의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시술한 의사 벤 카슨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경합을 벌이면서 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존재는 아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슬럼가에서 성장하면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아이들과 거리를 배회하면서 폭력과 흡연을 일삼았으며 마약과 술에 빠지기 한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 소냐는 문제아를 포기하지 않고 눈물어린 기도를 하면서 응원했다. 그녀는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아들과 함께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곁에 있어 주기도 하고, 아들의 독후감 숙제를 평가해 주면서 관심과 사랑을 쏟아냈다. 이 세상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하는데, 벤 카슨에게 소냐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벤카슨은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에 감동하면서 차츰 학업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존스 홉킨스 대학에 합격였고,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 소냐가 이 시의 장미꽃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빛의 역할’을 한 것이다.

 얼마 전 ‘정현’이라는 테니스 선수가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약관의 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겨루어서 세계 4강에 올랐다. 그의 뛰어난 기량과 투지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필자는 그의 ‘빛’을 찾아 보았다. 정현 선수의 가족은 테니스의 유전자를 공유하였다. 아버지 정석진 씨는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을 지냈고, 그의 형 정홍 씨도 현대해상에서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테니스 명가 출신이다. 이런 집안의 분위기가 정현을 큰 선수로 성장하는 견인차가 된 것이다. 특히 정현이 어릴 때 심각한 약시 로 고생이 많았는데, 초록색을 많이 봐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테니스를 시켰다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정현 선수의 성공 또한 그 개인이 지닌 탁월한 재능과 우수성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단점을 강점으로 전환한 가족의 혜안, 그리고 전 가족의 응원과 격려가 오늘의 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어찌 유명 인사들만의 삶만 그러겠는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구라도 혼자 빛을 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의 눈물어린 응원, 스승의 헌신적인 지도, 곁에서 늘 힘내라고 지원해주는 친구와 가족들 덕분인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할 대상들이 많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우리들에게 타자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송일섭 군산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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