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사회정의를 만들 수 있다
적정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사회정의를 만들 수 있다
  • 강주용
  • 승인 2018.02.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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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기 위한 아중리에 있는 D아파트를 방문했다. 관리실에 있는 투표결과 공고를 발견했다. 제목은 관리원(경비원)인원 조정 찬·반 투표 결과 공고문이었다. 2018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인상(2017년 대비 16.4% 인상)으로 현재의 관리원(경비원)방식으로는 세대 관리비 부담이 많아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2개초(104동 앞, 109동 앞)를 폐쇄하고, 인력 조정에 대한 전체 입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공고한다고 되어 있다. 투표 결과는 9개동 870세대수 중 575세대가 참여하여 인력감축(안) 찬성이 225명, 반대가 349명으로 부결된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세대별 부담금이 있는 데도, 인력을 감축하면 안 되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이 작은 공고문에서 나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돌아보게 되었다. 

  촛불집회에서 천만의 넘는 자발적인 시민들은 자기 시간과 마음을 투자했다. 직접 자기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없었다. 집회 참여를 위해 자기의 소중한 휴식시간과 주말을 반납해야만 했다. 막연한 무엇인가를, 이 나라를 이런 상태로 자식들에게 넘겨줄 수 없는 절박함, 어째든 나라는 소중하다는 것 등에 대한 갈망은 바로 사회 정의였다. 촛불집회로부터 이어온 정권교체, 그리고 현정부에 의한 최저임금의 2배 인상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생각하게 하였다.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인상되었다고, 일부대학교에서는 퇴직 청소노동자 자리에 청소 맡길 근로장학생을 선발하여 원래 직원들을 줄였다. 일부 신문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방학 중 대학생 아르바이트 구하기 바늘구멍이라는 기사를 보도한다. 업무량을 줄이지 않고 근무시간를 편법으로 줄여 업무의 강도를 높인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생계가 무너진다고 아우성이다. 모든 사회적 어려움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분석적으로 보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 임금은 평균 7.3% 올랐다. 2018년도에는 16.4%로 인상되어 평균인상치에 비해 약 9% 더 올랐다. 전년도 최저임금 6,470원에 평균 인상치 7.3%를 곱하면 약470원, 즉 6,940원이 평균치다. 그럼 현재 최저임금 7,530원에서 6,940원을 빼면 590원이 시간당 평균치를 웃도는 금액이다. 590원*8시간하면 하루에 4,720원정도이다. 그럼 한 달 치인 4,720원에 25일을 곱하면 118,000원 정도이다. 물론 사회보험료 부담과 주·월차 등도 빠져 있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부사람에게는 한 끼의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이 정도의 돈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가장에게 강제해직 시키거나 퇴직시키는 사회구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더 객관적인 자료를 보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부담비교에 대한 고용노동부자료를 참고하면 5인 미만 사업장(사회보험 신규 가입), 월 급여 157만원 노동자 기준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 전 월급여는 135만원, 사회보험료 부담 0원이 2018년도 최저 임금 인상 후 월급여는 157만원, 사회보험료 13만 7690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최소하기 위해 정부지원 일자리 안정자금 13만원, 사회보험료 지원 12만 250원을 지원받으면 실질 사업주가 받는 실질 부담은 1사람당 10만 7440원 정도이다. 즉 매년 평균인상치 7%로 정도이다 위에서 단순 계산한 것과 비슷한 금액이다. 

  한때 폭발적으로 유행한 마이클 샌덜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에는 미덕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가짐 같은 것 말이다. 사회는 거짓된, 불법적 행동에 포상보다는 벌을 내림으로써 공동선을 위해 다 같이 희생을 감수하는 시민의 미덕을 지지한다. 거짓된 가면을 벗김으로써 탐욕을 완전히 추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독히 뻔뻔스러운 탐욕을 억제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런 신호가 여러 곳에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중리 D아파트에서 관리원(경비)를 감축하지 말라는 투표결과, 서울 성북구의 S아파트의 전기요금 등 에너지를 절약하여 관리비를 줄이고 직원을 강제 해직시키지 않는 모습, 직원들에게 무급휴일을 주어 최소한의 휴식권을 제공하고 직원을 줄이지 않는 방법, 대학교의 청소노동자를 줄이지 말라는 대학생들의 지원과 성명서 발표,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저임금과 청년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인상과 청년고용 등의 상관관계는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사실 등은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사회정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좋은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촛불에 참석한 사람들은 미덕을 가진 그냥 대한민국 국민이었듯이, 우리는 최저 임금 인상과 더 나아가 최저 임금의 현실화 과정을 통해 사회 정의가 정착될 수 있는 합리적인 미덕을 가진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강주용 전북교육청지방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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